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LG 김기태 감독. 야구계에선 김 감독을 ‘상남자’ 중의 상남자로 평가한다. 때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화끈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한편으로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도 엿보인다. 어쨌든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선 확실하게 책임을 진다. 그러나 때로는 김 감독의 본심을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24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이 딱 그랬다.
▲ 방심 금물, 김기태 감독은 여전히 초긴장 모드
LG는 24일 KIA에 패배하면서 8연승이 저지됐다. 그러나 46승 32패로 여전히 잘 나간다. 선두 삼성과는 단 1.5경기 차. 취재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선두 욕심 안 나세요?” 그러자 김 감독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아직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닙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기자들 입장에선 LG가 후반기 순위싸움에서 어떤 복안을 갖고 움직일 것인지가 제일 궁금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극도로 조심스러워한다.
김 감독은 “매 게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라고 원론적인 말을 했다. 이어 본심을 살짝 드러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음주말 삼성전까지 5승4패만 한다면…”이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김 감독은 “그때까지 5승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여유까지는 아니고. 좀 편안하게 갈 것 같기도 하다”라고 했다. 이 발언조차 굉장히 신중하게 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3연전 체제 마지막인 다음주말 선두 삼성과의 홈 3연전까지 욕심을 부리지 않고 5승을 챙기고 싶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지금의 좋은 투타흐름이 크게 무너지지 않고 2연전 체제로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김 감독은 “그 다음엔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했다. 단순히 “몇 위하겠다”식의 도전적인 발언보단 다음 주말 삼성전까지 모든 신경을 집중하겠다는 것. 달리 말하면 ‘돌다리도 두드리고 넘어간다’는 속담처럼 후반기 레이스를 신중하게 풀어가겠다는 의도다.
LG는 그동안 잘 나갈 때 수 없이 “올해는 LG 야구가 된다”라고 LG 팬들에게 희망을 안겼으나 결국 희망고문만 됐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지난 10년간 계속 그랬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만약 LG가 지금부터 급격한 하향세를 탈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김 감독은 여전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 더 이상 LG 팬들에게 거짓말을 하기가 싫다. 그래서 순위싸움과 관련된 발언이 조심스럽다. 쉽게 말해서 ‘엘레발’ 떨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여전히 초긴장 모드다.
▲ 말만 신중한 것 아니다, 철저한 준비도 돋보인다
말만 신중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김 감독이 “5승 4패만 하면”이라는 발언을 한 건 나름의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LG는 24일 패배했으나 기본적으로 타선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완패 흐름이었으나 경기 중반 이후 추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로 이어지는 마운드의 밸런스도 삼성과 함께 리그 최강. 김 감독은 KIA와의 후반기 첫 3연전서 여전히 좋은 흐름이 유지된다는 걸 느꼈다.
김 감독이 확실히 야수진 관리를 잘 한다. 김 감독은 23일 경기서 김용의를 2루수로 배치했다. 김용의는 올 시즌 문선재와 1루를 양분했다. 하지만, “2루 주전은 손주인이다”라고 못을 박았다. 손주인은 데뷔 10년만에 올 시즌 처음으로 주전으로 출장 중이다. 아무래도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손주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김용의를 2루에 넣은 것이다. 손주인은 24일 경기서는 다시 2루수로 나왔다.
박용택을 톱타자로 둔 것도 잘 맞아떨어졌다. 올 시즌 LG 1번은 시즌 중반까지 주로 오지환이 맡아왔다. 그러나 오지환 역시 유격수 수비에 대한 체력적 부담이 있다. 김 감독은 “지환이가 체력적 부담이 있어서 계속 1번을 맡기는 어렵다고 느꼈다. 용택이를 1번으로 쓰는 건 6월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톱타자 박용택은 요즘 펄펄 난다. 잠시 하위타순에 내려갔던 오지환의 타격 페이스 역시 좋다. 박용택이 그동안 톱타자를 맡지 않고 중심타선에 배치됐던 건, 이병규, 이진영의 부상 때문에 중심타선이 너무 헐거워지는 걸 걱정한 일종의 플랜B였다.
김 감독은 “타자들이 컨디션 관리를 잘 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좋지 않은 선수도 몇몇 있었는데 괜찮아 보인다”라고 했다. 알고 보면 김 감독의 세심한 관리가 타선 폭발에 한 몫을 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 박용택이 별 일이 없는 한 톱타자로 나설 것 같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는 선수들은 지명타자로 돌리면서 체력 안배를 해줄 수 있다”라고 후반기 야수진 운용 복안을 내놓았다. 이 역시 그동안 말 아닌 행동으로 잘 보여줬다.
후반기 순위다툼에 대처하는 김 감독의 자세. 말은 신중하되, 행동은 확실하다. 조용히 결과로 보여줄 뿐이다. 그러니 굳이 “선두 도전하겠다” “올해는 포스트시즌 간다”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게 ‘상남자’ 김기태의 리더십이다.
[김기태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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