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윤석민이 점점 살아난다.
KIA 윤석민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17일 광주 한화전서 6이닝 4피안타 7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올 시즌 첫 선발승을 따냈다. 구원승이 1승 있었고 2승째를 선발승으로 장식한 것. 윤석민에게 이 경기는 큰 의미가 있었다. 선발승도 선발승이지만, 경기내용이 윤석민다운 아우라를 풍겼기 때문이다. 당시 윤석민은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뿌리면서도 위기 상황에선 직구 중심의 단순한 패턴으로 한화 타선을 공략했다. 그만큼 공 자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의미다.
윤석민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서 큰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다. 이후엔 어깨 통증과 투구밸런스 난조가 겹쳐 시즌 출발이 늦었다.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과 함께 해외 진출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는 상황. 주변에게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심적으로도 부담을 받았던 윤석민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윤석민이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그래야 에이스라 할 수 있는 것이다.
25일 후반기 첫 등판인 잠실 LG전. 윤석민은 이닝 피안타 탈삼진 볼넷 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LG 우규민이 환상적인 호투를 선보이는 통에 승리와 인연을 맺진 못했다. 하지만, 윤석민은 점점 윤석민다운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윤석민은 이날 최고구속 150km대의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 그리고 정교한 컨트롤과 빼어난 경기운영능력을 앞세워 최근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LG 타선을 잠재웠다.
1회 선두타자 박용택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으나 오지환, 이진영, 정의윤을 차례대로 범타 처리했다. 2회엔 김용의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뒤 2루 도루까지 허용했으나 윤요섭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3회엔 첫 실점. 1사 후 박용택, 오지환, 이진영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그러나 정의윤과 이병규라는 뜨거운 타자들을 제압하면서 대량 실점을 피했다. 4회부턴 안정감이 배가됐다. 정성훈, 김용의, 윤요섭을 차례대로 처리하면서 이날 첫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5회엔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주루사시키며 위기를 벗어났다.
윤석민은 6회엔 이진영과 정의윤을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병규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으나 정성훈을 3루 땅볼로 처리했다. 7회엔 2사 후 손주인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으나 박용택을 2루 땅볼로 처리했다. 올 시즌 첫 7이닝 소화였고 통산 1100이닝을 돌파한 순간이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잘 막아내면서 이날 모든 이닝을 마쳤다. 원정팀인 KIA가 패배하면서 윤석민은 완투패를 기록했다. 이날 기록은 8이닝 8피안타 4탈삼진 1볼넷 1실점. 시즌 4패(2패)째를 떠안았다.
패배보다도 경기내용이 전반기 마지막 등판보다 더 좋았다. 한 마디로 올 시즌 최고 피칭을 했다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직구에 힘이 있었고 변화구 배합과 투구패턴의 변화, 포수 차일목과의 호흡도 좋았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베짱을 보여줬고 이닝을 거듭해도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가장 고무적인 대목이다. 8이닝 소화는 올 시즌 윤석민의 최다 이닝 소화다. 118구 역시 올 시즌 최다 투구수. 에이스 본능을 서서히 회복했다는 의미다. 윤석민에겐 완투패했지만, 실보단 득이 훨씬 더 많은 게임이었다. 윤석민이 후반기에 에이스 모드를 발동한다면, KIA는 4강 싸움에서 한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윤석민.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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