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일본인 통역사 요네다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2)
첫회 글을 보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부터 너무 길게 쓰면 오래 못간다"는 충고까지... 지적대로, 벌써부터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생각해도 생각해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있었던 짧고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각나지 않는다.
"저에게는 국경선 같은 거 의미 없단 말이에요"라는 허울 좋은 핑계만 떠오를 뿐이다. 한국 체류 10년째. 이젠 뭐가 한국이고 뭐가 일본인지 헷갈린다.
얼마 전, 예전에 알고 지내던 한국분과 우연히 만났다.
"못 본 사이 더 예뻐졌네요?"
그런 말을 들으면, 보통은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삼바라도 추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들뜨게 된다. 나 또한, 최근 장마 때문에 비가 계속 내려 해를 못 본 지 오래됐지만, 마치 남미의 뜨거운 햇볓 아래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들뜬 채 하루를 보냈다.
통역대학원 시절, 스승님은 항상 "단어를 직역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공부한 적이 있으면 누구라도 "공부하기 쉬운 언어"라는 감각에 빠진다.
영어에서는 an apple인지 the apple인지조차 헷갈리지만, 한국어에서는 일본어와 같이 '사과'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게 함정이다.
보통 일본어 사용자는 단어장 암기하듯 한국어를 일본어로 직역한다.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 직역하기 보다는 의미를 번역해야 한다.
"의미를 번역해라"
"단어를 직역하지 말라"
그렇게 한창 통역 연습에 매진하던 때, 머리에 스친 생각이 있다. 한국어 '친구'라는 단어에 딱 맞는 일본어 단어는 없다는 사실이다.
'친구'는 한자로 쓰면 '親旧'다. 나이가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거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사용하는 3인칭으로 사용되는 등, '친구'라는 단어가 나타내는 의미의 폭은 매우 넓다. '친구'에 우정이 가미될 경우에는, 적어도 "친해진 지 오래다", "항상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는 조건이 부가된다.
어제 오늘 소개받은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 말할 수 없고, 고교시절부터 연락이 한번도 없었던 친구도 '친구'는 아니다. '친구'는 다른 이들에 비해 자주 연락을 취한다. 이를 볼 때 일본어 '신유親友'와 뉘앙스가 가깝지 않을까.
"역시, 한국의 토모다치관계(교우관계, 친구관계)는 따뜻해. 정이 깊다고 할까"라는 일본인 친구들에게 "그런 일 없어. 1번 만난 것만으로 친구가 되는 일본인이야말로 정이 있는거야"라는 한국인 친구.
그렇게 서로 칭찬하는 사이 "'친구'와 토모다치(友達)는 약간 의미가 달라"라든가 흥이 깨지게 하는 듯한 발언은 하지 말아야지하고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인 남성은 칭찬을 잘한다.
"최근 예뻐졌네" 같은 말은 일상다반사다.
얼굴을 칭찬하는 게 어려우면 "그 옷 잘 어울리네"라고 말하고, 옷의 센스를 칭찬하기 어려우면 "그 옷 색깔 예쁘다", "머리카락 염색했어? 색이 전보다 정말 예뻐" 등 마지막에는 색까지 언급하며 칭찬해준다. 반대로 칭찬받는 쪽도 아이같이 기뻐하지 않고 그러려니한다. 한때 한국여자는 쿨해서 멋있다고 감동하기까지 했다.
몇 년 전 원거리 연애를 하던 시절, 일본인 남자친구와 오랜만에 만났을 때, 남자친구는 "못 보던 사이 예뻐졌다"는 말은 커녕, 오랜만에 만나 열심히 고른 옷이나 색에 관해서조차 눈여겨 보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 일본대사관에서 근무하던 2년간, 그런 소리를 단 한번도 듣지 못했다!!
그야 물론 칭찬을 잘하는 라틴계 일본인도 종종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일본인으로부터 기분이 들뜰 수 있을 만한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한국여자들의 귀에는 "안녕하세요" 정도로 들리는 "최근 예뻐졌네".
"나는 절대로 단어를 직역하는 그런 통역을 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던 나였지만, 예뻐졌다는 말을 듣고 행복해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지난 10년간 제대로 직역을 하고 있었구나하고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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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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