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과 넥센. 올 시즌 묘하게 볼거리가 많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의 사랑을 먹어야 무럭무럭 자란다. 팬들은 이야깃거리가 많은 매치업에 관심을 갖는 법이다. 선두를 달리는 삼성과 3위를 달리는 넥센. 올 시즌 두 팀이 맞붙으면 유난히 볼거리가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다. 스토리텔링이 풍부한 매치업. 어떻게 보면 두 팀이 좋은 라이벌로 성장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 류중일·염경엽, 닮은 듯 다른 시스템야구
삼성이 지난 2년간 국내를 호령했던 이유는 시스템 야구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이다. 삼성 야구는 공수주에서 빈틈 없이 매끄럽게 돌아간다. 1군 엔트리 전원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선수들은 언제든 자신의 몫을 해내면서 계산된 야구를 한다. 삼성은 올 시즌 투수파트에서 전력이 살짝 떨어졌다. 그래도 다른 파트에서 조금씩 힘을 보태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시스템 야구의 힘이다.
넥센은 요즘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페이스는 아니다. 6월 불미스러운 사건과 판정에서의 손해 등으로 8연패를 맛봤다. 이후 LG의 엄청난 기세에 3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넥센이 예년처럼 쉽게 추락할 것 같진 않다. 넥센의 경기내용은 여전히 지난해보다 뛰어나다. 쉽게 패배하지 않는 끈끈함이 생겼다. 염경엽 감독 특유의 시스템 야구가 빛을 발한다. 시즌 전부터 주전과 백업의 역할분담을 확실히 한 뒤 상황에 맞는 대처능력을 키워왔다. 선수들 개개인이 맞춤형 훈련을 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의 장점을 흡수한 넥센은 올 시즌 삼성에 6승4패1무로 맞대결 우위다.
▲ 홈런·세이브 강자들의 뜨거운 경쟁
삼성과 넥센은 지난 11차례 맞대결 중 대다수 경기서 숨가쁜 접전 양상이었다. 그 속엔 개인 타이틀 홀더에 근접한 선수들의 미묘한 경쟁 의식이 녹아있다. 두 팀은 리그에서 가장 강한 마무리 오승환과 손승락을 보유하고 있다. 세이브 개수에선 좀 차이가 난다. 손승락이 25개로 리그 1위, 오승환이 17개로 리그 5위다. 그러나 오승환이 유독 세이브 기회가 적었을 뿐, 실질적 위력에선 여전히 리그 최고라는 평가. 때문에 두 팀이 만나면 유독 마무리 맞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보통 경기를 갖는 두 팀의 마무리투수가 동시에 경기에 나서는 건 보기 쉽지 않다. 리드를 당하는 팀이 마무리 투수를 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올 시즌 두 사람은 5월 2일에 이어 27일까지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재미있는 건 두 경기서 두 사람 모두 타자들에게 얻어맞았다는 것. 오승환은 5월 2일 한 타자를 상대해 적시타를 맞고 내려갔다. 27일 경기서는 3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진땀을 뺐다. 손승락은 5월 2일엔 1이닝 2실점을 했으나 승리투수가 됐다. 27일엔 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두 사람은 승리를 챙기기도 했으나 실점을 하면서 경기를 어지럽게(?) 했다. 두 팀 타자들은 오승환과 손승락에게 확실히 자신이 있다.
여기에 박병호와 최형우가 올 시즌 홈런왕을 놓고 경쟁 중이다. 두 팀의 이번 3연전을 앞두고 박병호는 20홈런, 최형우는 19홈런으로 리그 1,2위를 달렸다. 최형우가 NC와의 후반기 첫 3연전서 연이어 홈런을 쏘아올리며 박병호의 견제세력으로 떠오른 상태였다. 급기야 최형우는 26일 경기서도 경기 후반 확실하게 달아나는 시즌 20호 스리런포를 쳐내면서 박병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자 박병호도 27일 경기서 연장 10회 오승환에게 달아나는 시즌 21호 솔로포를 쳐내면서 다시 한 걸음 앞서갔다. 홈런왕 후보들이 연이틀 임팩트 있는 한 방을 때리면서 달구벌을 들썩이게 했다. 이런 요소들은 확실히 관심을 모으는 이야기거리다.
▲ 삼성에 강한 넥센, 넥센에 반격 시작한 삼성
삼성은 지난해만 해도 넥센에 13승 6패로 압도적 우위를 과시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열세다. 올 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4월 12일~14일 목동 3연전서 1패 후 2승을 거둔 뒤 내리 5연패를 당했다. 특히 4월 30일~5월 2일 대구 3연전을 모두 내주면서 넥센이 선두에 오르는 걸 지켜봤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순간. 넥센은 확실히 삼성만 만나면 강력한 집중력을 보여준다.
삼성은 이번 홈 3연전 첫 2경기를 가져가면서 넥센전 5연패 사슬을 끊었다. 삼성으로선 의미가 크다. 넥센에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에도 삼성은 시즌 초반 두산에 급격히 밀리다 8월 중순 잠실에서 3연승을 거두면서 어느정도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이대로 천적관계가 끊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넥센 역시 쉽게 경기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27일과 같은 연장 12회 접전은 나오기 쉽지 않은 경기였다. 두 팀의 맞대결은 흥미가 넘친다.
▲ 야구 외적인 요소로 얽히지 않은 新라이벌
국내에선 두산과 LG과 ‘잠실 라이벌’로 불린다. 삼성과 KIA, 롯데와 KIA는 ‘영호남 라이벌’로 불린다. 삼성과 LG는 ‘재계 라이벌’로 불린다. 매치업 자체보단 지역과 모기업의 특수한 관계가 투영된 케이스다. 정작 두 팀의 관계자와 팬들은 라이벌 관계를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올 시즌 LG의 선전으로 LG와 두산, LG와 넥센이 좋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으나 여전히 야구 외적인 요소가 많이 강조되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삼성과 넥센의 밀고 당기기는 의미가 있다. 두 팀은 야구 외적인 요소에서 묶일만한 게 별로 없다. 그런데 만나기만 하면 치열한 접전이다. 그 속엔 다양한 스토리가 있어 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류중일 감독과 염경엽 감독의 야구 스타일, 중심타자와 마무리투수의 맞대결. 짜임새 있는 공수주까지. 모두 야구 그 자체로서 스토리텔링이 된다. 삼성과 넥센이 야구 그 자체로 新라이벌 관계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야구 팬들에겐 매우 반가운 일이다.
[삼성-넥센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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