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한일전이 끝난 뒤 가장 이슈가 된 것은 홍명보호에 평가가 아닌 붉은악마의 걸개였다. 이를 두고 한일 양국의 축구협회가 날선 신경전을 펼쳤고, 심지어 일본정부에선 유감을 표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사이 ‘축구’는 사라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응원단인 ‘붉은악마’는 지난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3 동아시아연맹(EAFF) 동아시안컵 후반전에 응원을 보이콧했다. 전반전에 한국축구의 성지 잠실주경기장에 울러 퍼졌던, “대~한민국” 응원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붉은악마는 경기 휘슬 전에 내건 대형 걸개를 대한축구협회에서 강제로 철거했다는 이유로 응원을 보이콧했다. 일본측 응원단에서도 버젓이 전범기를 흔들었지만, 한국 응원단만 몰아친 협회에 대한 항의였다. 이해는 간다. 충분히 그럴만한 상황이었다. 협회는 어떤식으로든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그랬으니 우리도 그러자는 대응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이번 한일전은 한국, 일본 외에도 중국, 호주까지 참가한 국제대회였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긴 걸개를 금지하고 있다.
응원단의 가장 큰 목적은 선수단의 기를 살리는 일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우선시 되서는 안 된다. 메시지 또한 선수들이 더 큰 힘을 내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일본의 전범기를 보고, “쟤들도 저러는데, 왜 우리는 못하게 하냐”는 식의 주장은 스스로를 일본과 같은 선상에 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끝까지 “대~한민국”을 외치고 경기가 끝난 뒤에 문제제기를 해도 늦지 않았다.
그렇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붉은악마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의 걸개를 내걸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또 이해한다. 하지만 붉은악마는 태극전사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자발적 순수 단체다. 그들의 침묵에 한국은 끝내 1-2로 일본에 패했다. 응원을 잊은 서포터즈에게도 승리는 없다.
[한일전 붉은악마 걸개.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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