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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미국 LA 조인식 기자]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투수인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마지막 시즌은 방문하는 구장마다 상대팀으로부터 은퇴 선물까지 받으며 더욱 의미 있게 보내는 중이다.
그런 리베라가 마지막으로 다저스타디움에 선다. 뉴욕 양키스는 오는 31일(이하 한국시각)부터 다저스타디움으로 가 LA 다저스와 2연전을 치른다.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만나지 않는다면 이 2연전은 리베라가 다저스를 상대로 등판할 수 있는 마지막 시리즈다.
다저스가 리베라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나온 것들 가운데 가장 창의적인 선물은 미네소타 트윈스의 선물이다. 미네소타는 부러진 방망이들로 만든 의자와 함께 1만달러를 리베라 재단에 기부했다.
미네소타가 리베라에게 준 의자의 등받이 부분에는 'CHAIR OF BROKEN DREAMS(부러진 꿈의 의자)'라는 문구가 있다. 리베라의 날카로운 커터에 미네소타의 꿈은 산산조각 났고, 미네소타는 의자로 리베라의 커터에 경의를 표했다.
뉴욕 라이벌인 메츠는 마무리투수를 뜻하는 소방수와 관련된 선물로 의미를 더했다. 메츠의 선물은 소방수를 부르는 콜박스와 불을 끄는 소방호스 노즐이었다. 디르토이트 타이거즈는 리베라의 사진이 담긴 액자와 옛 타이거 스타디움, 코메리카 파크의 흙을 담은 병을 줬다.
이외에도 리베라는 자신의 등장음악인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 금제 음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서핑보드와 와인, 리베라 재단으로 보내는 1만 42달러의 기부금(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자신의 투구 모습이 담긴 유화(LA 에인절스) 등을 받았다.
올스타전 역시 올해만큼은 리베라를 위한 무대였다. 아메리칸리그의 짐 릴랜드 감독(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은 8회말 리베라를 마운드에 올렸다. 시티필드에 자리한 모든 올스타 선수들과 관중들은 리베라를 위해 일제히 박수를 보냈고, 그 시간을 만끽하던 리베라는 감회에 젖은 표정을 보였다.
9회말에 나와 세이브를 성공시키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겠지만, 릴랜드 감독의 결정 안에는 리베라를 위한 배려가 있었다. 8회말에 아메리칸리그가 역전을 당한 뒤 9회초 공격에서 동점을 만들지 못하면 리베라의 등판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리베라는 세이브 대신 홀드로 자신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장식했다.
숙명의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물도 값졌다. 보스턴 팬들은 지난 21일 경기에서 9회말 리베라가 양키스의 5-2 리드를 지키기 위해 등판하자 기립박수를 보냈다. 보스턴 팬들은 패배 위기 속에서도 위대한 마무리의 마지막 방문을 환영했고, 리베라는 보스턴 팬들의 선물에 응답하며 펜웨이파크에서의 35번째 세이브를 작성했다.
다저스는 양키스를 자주 만나지 않는 내셔널리그 팀이지만, 이번 시리즈를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다저스는 브루클린 시절부터 양키스와 라이벌 관계였고, 다저스 사령탑인 돈 매팅리는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그렇기에 리베라를 위한 다저스의 선물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매팅리 감독은 지난 신시내티와의 4연전 내내 취재진과 양키스전에 관한 대화도 많이 나눴고, 그 중에는 리베라에 얽힌 추억도 있었다. 매팅리 감독은 "(현역 마지막 시즌이었던)1995년에 데릭 지터와 호르헤 포사다, 마리아노 리베라가 데뷔했다. 당시 리베라는 선발로 나가서 많이 맞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내가 은퇴한 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일종의 '자학개그'였다. 양키스에서 유일하게 우승 반지가 없는 영구결번 선수 매팅리는 1995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고, 매팅리 감독의 말처럼 양키스는 1996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새 역사를 시작했다.
매팅리 감독은 이후 양키스의 타격코치로 부임하며 다시 리베라와 같은 유니폼을 입기도 했지만, 이번 만남이 주는 느낌은 남다르다. 양키스 암흑기의 마지막이었던 1995년에 데뷔해 양키스의 새 역사를 쓴 리베라에게 양키스 암흑기를 지켰던 캡틴 매팅리가 선물을 직접 건네준다면, 어떤 선물이라도 그 순간을 훨씬 가치 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마리아노 리베라-돈 매팅리 감독.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미국 LA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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