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 투수들이 다 비슷비슷해서.”
장기레이스를 별 탈 없이 잘 보내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역시 선발투수다. 선발로테이션이 탄탄한 팀이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낸다. 최하위 한화는 류현진이 LA 다저스로 떠난 뒤 안정감 있는 선발투수가 단 1명도 없다. 누가 봐도 불안요소가 있는 투수에게 “잘 해주겠지”라고 기대를 한 선발로테이션이 대니 바티스타-대나 이브랜드-김혁민-조지훈이다. 그래도 5선발이 그려지지 않는다. 김응용 감독도 5선발, 나아가 선발진 운영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 미워도 다시 한번, 5선발 유창식에게 또 기회 준다
김 감독은 30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후반기 선발로테이션을 위와 같이 구상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5선발이 문제야. 내일(31일) 유창식을 1군에 올린다”라고 했다. 유창식은 올 시즌 1승 6패 2홀드 평균자책점 11.37을 기록 중이다. 어깨 통증으로 6월 16일 롯데전 이후 1군 등판 기록은 없다. 퓨처스리그서도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9.53. 그러나 30일 LG 2군과의 경기서 2⅓이닝동안 30구를 던져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컨트롤이 좋아졌어. 일단 1군에서 선발로 써보겠다”라고 했다.
그야말로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유창식은 김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구상한 선발후보였다. 김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볼 좋았는데”라고 입맛을 다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막상 시즌이 개막되자 제구 난조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기복을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한화 선발진은 유창식이 필요하다. “잘 안 되면 불펜에 넣어야지. 비 오면 선발 4명만 있어도 돼”라고 웃는 김 감독의 표정 속에서 유창식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선발로 써야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현실적으로도 유창식 말고는 5선발을 할 투수가 마땅치 않다.
▲ 바티스타, 어깨도 아프고 기분도 안 좋다?
유창식이 5선발로 자리잡아도 끝이 아니다. 25일 대전 롯데전서 5⅓이닝 2실점하며 성공적인 선발투수 신고식을 치른 신인 조지훈 역시 꾸준함은 보장되지 않았다. 조지훈만큼 큰 걱정을 사고 있는 투수는 바티스타다. 김 감독은 “바티스타가 어깨가 좀 좋지 않다”라면서도 “기분도 안 좋은 것 같다”라고 알쏭달쏭한 말을 남겼다.
올 시즌 바티스타의 성적은 5승 6패 평균자책점 4.25. 절대로 만족스러운 성적이 아니다. 1선발로 시즌을 출발했는데 데드암 증세로 구속이 떨어졌다가 회복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어깨가 아프다고 한다. 김 감독은 “본인은 자꾸 선발 일정을 뒤로 미뤄달라고 한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화 선발진 사정상 바티스타의 사정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일단 등판은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
그런데 “기분이 좋지 않다”라는 말 자체도 여러 추측을 낳는다. 바티스타의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5선발 찾기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30일 목동 넥센전서 7⅓이닝 3실점하며 3승을 거둔 이브랜드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바티스타의 활약은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인투수가 선발진을 이끌어도 시원찮을 판에, 자꾸 등판이 미뤄지고 있으니 김 감독은 속이 탄다.
▲ 여전히 해답 못 찾은 한화 선발진, 무엇을 남겼나
김 감독이 구상한 후반기 선발진은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나온 대답이다. 시즌 전 바티스타-이브랜드-김혁민-유창식-윤근영과는 전혀 다르다. 유창식과 윤근영은 일찌감치 탈락했고, 마무리 안승민도 보직이 박탈된 뒤 선발로 써봤지만 실패했다. 안승민은 현재 어깨 부상 중이다. 그래서 조지훈, 이태양 등을 시즌 중 부랴부랴 1군 선발로 테스트했다. 조지훈이 그나마 한 차례 호투로 4선발이 됐으나 안정적으로 자리잡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태양은 일단 밀려났다.
김 감독이 올 시즌 기용한 선발투수는 총 11명이다.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송창현, 윤근영, 김경태, 이태양, 마일영은 사실상 땜질 선발이었다. 승패를 떠나 이들을 선발로 기용했을 때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반기 내내 실험을 거듭했음에도 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후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년에도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 후반기엔 어떻게든 선발진이 고정돼야 불펜도 틀을 잡을 수 있다. 이젠 싹이 보이는 투수를 가려 확실하게 밀어줘야 한다. 보직 고민만 하다가 1년 다 보낼 판인 한화 마운드. 리빌딩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유창식(위), 바티스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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