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양귀헬멧이 그의 변신을 설명해준다.
SK 와이번스 외야수인 김재현은 지난 시즌 84경기에 나섰다.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출장수였다. 하지만 타석수는 93차례에 불과했다. 한 경기당 한 타석을 간신히 넘은 수치였다.
이는 발이 워낙 빨라 대주자로 중용된 측면도 있었지만 타격이 약해 주전으로 발돋움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기도 하는 기록이다. 지난해 김재현은 89타수 22안타로 타율 .213에 그쳤다. 볼넷은 단 한 개도 없었다.
▲ 김재현, 맥스 베너블 코치 제안으로 스위치 히터 변신
이렇듯 김재현의 취약점은 타격이었다. 지난해까지 우투좌타로 뛰었던 그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했다. 스위치히터가 그것이다.
출발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가까웠다. 스프링캠프 도중 맥스 베너블 타격코치가 김재현이 우투좌타인 것을 본 뒤 그의 스위치히터 가능성을 살폈다. 베너블 코치는 김재현이 원래 오른손 잡이였다는 것을 안 뒤 스위치히터를 제안했고 이후 김재현이 도전에 나섰다.
김재현에게 우타석은 그리 어색한 자리는 아니다. 원래 오른손 잡이였던 김재현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우타자였다. 이후 원주고 2학년 때부터 빠른 발을 살려 좌타자로 변신했다.
그에게 좌타석은 고마운 자리며 우타석은 도약을 위한 발판이다. 김재현은 쇄골뼈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한 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1루 베이스까지 가장 빨리 뛰는 선수'라는 타이틀 덕분에 SK 지명을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김재현은 "좌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다면 프로에 들어올 수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고마운 자리인 좌타석과 함께 원래 자신의 자리인 우타석에도 나서며 도약을 노린다.
▲ 변신 직후 찾아온 두 번의 악재
스프링캠프 막판 스위치히터 변신에 나선 김재현이지만 실제로 스위치히터로 뛴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연이은 악재가 김재현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김재현은 지난 3월 시범경기 마지막날을 앞두고 충수염(맹장염)에 걸리며 한동안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후 이를 딛고 퓨처스리그에 나섰지만 4월 자신의 타구에 맞은 뒤 봉와직염에 걸려 또 다시 그라운드를 떠났다.
결국 김재현은 6월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스위치히터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이후 6월 한 달간 퓨처스리그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김재현은 7월부터 1군으로 올라왔다.
김재현은 "(도전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않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해보니까 괜찮은 것 같다"며 "양귀헬멧도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직접 찾아가서 맞췄다"고 말하며 웃었다.
▲ 오른손 잡이 김재현, 10년만에 오른손 타석에서 안타를 때리다
SK는 26일 사직 롯데전에서 9-1로 앞선 9회초 2점을 추가하며 11-1, 10점차 대승을 완성했다. 9회 2점은 다름 아닌 김재현의 배트에서 나왔다. 사실상 승패가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었기에 누군가에게는 그냥 흘려 넘긴 9회였지만 김재현에게는 큰 의미를 지녔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우타자로 안타를 때린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김재현은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등장, 좌완 강영식을 상대로 좌익선상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1군 두 번째 우타석만의 안타.
김재현은 "만약 내가 그대로 좌타자였다면 아얘 타석에 들어설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만약 지난해였다면 좌타자 조동화를 대신해 더욱 타격이 약한 좌타자 김재현이 대타로 기용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처럼 김재현은 스위치히터로의 변신을 통해 선수로서의 자신의 매력도를 높였다. 김재현은 "우타석에서 안타는 한 개지만 또 한 차례의 타석에서도 타구는 잘 맞았던 것 같다"며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오랜만의 우타석에 들어서 아직은 어색하다"고 하지만 원래 우타자인 김재현에게 스위치히터 변신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표본은 작지만 3타수 2안타로 그동안 약점이었던 타격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김재현이 이제는 발 뿐만 아니라 타석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일 준비를 마쳤다.
[올시즌부터 스위치히터로 변신한 SK 김재현.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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