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직은 냉정할 때다.
남자농구대표팀의 1일 제27회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1라운드 C조 중국전 승리. 유재학호가 1997년 아시아선수권 준결승전 이후 16년만에 아시아선수권서 중국을 꺾었다. 청소년, 2군 레벨이 아닌 A급 성인대표팀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결승전이 중국을 이긴 마지막 경기였다.
그동안 진천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았던 결과다. 대표팀은 6월 초부터 7월 말까지 진천선수촌에서 전자랜드, 상무+외국인 연합팀을 상대로 가상의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렀다. 7월 초엔 윌리엄존스컵에 참가해 전력을 다듬고 상대의 전력을 탐색하기도 했다. 이날은 존스컵대회 3위를 차지했을 때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단 1경기였지만, 16년만의 세계무대 복귀에 대한 농구 팬들의 기대감이 확실히 커지고 있다.
▲ 중국 59점으로 묶었다, 특유의 압박수비 통했다
이날 한국은 중국에 단 59점만 내줬다. 수비가 성공했다는 의미. NBA 출신 이젠롄에게 23점을 내줬으나 나머지 선수들 중 10점 이상을 내준 선수는 없었다. 간판가드 류웨이가 부상으로 빠진 중국 공격의 위력은 확실히 떨어졌다. 천장화, 궈아이룬 등이 한국의 양동근, 김태술, 김선형의 강력한 프레스를 버티지 못했다. 가드진에서 불안한 볼배급을 하니 공격 확률이 떨어졌다. 한국은 가드들의 강력한 수비로 포스트 볼 투입을 최대한 늦췄다. 중국의 실책을 16개나 유발했다.
한국은 리바운드에선 25-34로 뒤졌으나 골밑 수비에서도 합격점을 줄만 했다. 김주성, 이승준, 김종규, 이종현 등의 더블팀 수비와 빈공간 커버는 인상적이었다. 이젠롄과 가드들의 픽앤 롤 동선을 완벽하게 끊어내지는 못했으나 기본적으로 골밑 자리 싸움에서 중국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 골밑 자리싸움에서 확고한 우위를 지니지 못한 중국은 적극적으로 외곽포를 시도했으나 3점슛을 단 1개도 넣지 못했다.
한국이 1라운드서 중국을 꺾은 의미는 상당히 크다. 첫 판에서 객관적 전력이 앞선 팀을 잡으면서 향후 행보에 탄력을 받게 됐다. 물론 중국은 8강 토너먼트서 다시 만날 경우 여전히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다. 하지만, 약해진 가드진과 이젠롄에 의존하는 공격 흐름 등 실전을 통해 장, 단점을 파악한 건 결선에서 또 다른 대비가 가능하단 걸 의미한다.
▲ 안심은 이르다, 아직 냉정해야 한다
안심은 이르다. 한국 역시 이날 17개의 실책을 범하는 등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 가드진에서 해선 안 될 실책도 더러 나왔다. 중국의 3점슛이 단 1개도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었을 뿐, 실제 경기 막판 오픈 3점 찬스를 많이 내줬다. 골밑에서의 빡빡한 수비에 비해 외곽 로테이션 수비의 정교함은 떨어졌다.
확실히 류웨이가 빠진 중국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진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 몇 차례 외곽포가 림을 갈랐다면 여지없이 밀렸을 가능성이 컸던 경기였다. 결정적으로 이날 중국을 이겼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큰 이득은 누리지 못할 전망이다. 1라운드는 어차피 3위까지 2라운드 진출권을 얻는다. 물론 1라운드 결과를 안고 2라운드를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8강 토너먼트 대진이 작성되지만, 어차피 한국과 중국 모두 8강은 무난한 전력이다. 한국의 첫 경기 승리는 중국에 자신감을 가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국 역시 얼마든지 한국을 대비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회의 성패는 이날 두번째 상대인 이란전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란엔 NBA 출신 하메드 하다디가 버티고 있다. NBA리거 아살란 카제미가 불참했으나 한국은 윌리엄존스컵서 218cm의 하다디가 버틴 이란 골밑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이후 장신자 수비를 위한 오버가딩(공격수 앞에 나와서 미리 수비를 하는 것)과 골밑 자리싸움 훈련에 집중했다. 이날 이란전서는 단순히 승패를 떠나서 한국이 210cm가 넘는 정통 빅맨에 대한 수비 해법을 찾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그것만 성공적으로 귀결되면 유재학호의 1라운드는 대성공이다. 지금은 냉정함을 유지할 때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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