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하정우가 다시 일을 냈다. 이 배우의 끝은 어디일까.
하정우가 지난달 31일 관객들 앞에 또 한 번 자신의 연기력을 폭발시킨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선보였다.
'더 테러 라이브'는 한강 마포대교 폭탄테러라는 최악의 재난 사태를 뉴스앵커가 독점 생중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하정우가 국민 앵커였지만 라디오 DJ로 밀려난 윤영화 역을 맡았다.
하정우의 연기는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날 정도다. 어느새인가 자신의 이름 하나 만으로도 '믿고 볼 만한 영화' 혹은 '봐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라는 신뢰를 안긴 하정우이지만 역대 한국영화 최고 제작비가 투입됐고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설국열차'와 같은 날 개봉하는 탓에 영화 흥행면에서는 아슬아슬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하정우는 자신의 몸을 던져 '더 테러 라이브'를 '설국열차'와 붙어볼 만한 영화로 만들었다.
사실 '더 테러 라이브'는 여러모로 핸디캡이 많은 영화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연 배우라고는 하정우 한 명뿐이다. 이 한 명이 계속 나오는데, 대부분 의자에 앉아 있는 신으로 채워져 있다. 영화 전체를 가득 채우는 특별한 액션도 없다. 하정우는 테러범과 통화를 하고, 뉴스를 보도하고, 그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그런데 웃긴 건 하정우가 제 자리에 앉아서 테러범과 기싸움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흥미진진하다는 점이다.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수많은 배우가 나오고,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배경이 휙휙 바뀌는 것도 아니지만 이런 류의 영화들보다 더 관객을 몰아친다. 그야말로 하정우가 일당 백의 전투력을 발휘하며 원맨쇼를 벌인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연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때문에 최근 하정우를 보고 있으면 불안불안하다. 그동안 하정우는 자신을 쉴 새 없이 채찍질 해왔다. 배우는 물론 화가로 활동했고 감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쉬는 시간도 없다. 이 작품이 끝나면 또 바로 다음 작품이다. 사실 배우 본인이 쉬지 않아 주변 사람이 더 힘들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다. 다방면으로 활동하면 깊이가 옅어지기 마련이지만 하정우는 각각의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불안불안하다. 이러다 그가 가진 능력을 모두 다 써버리는 건 아닐까. 오버 버닝하며 자신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어느 순간 '팍'하고 방전되는 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물론 이건 순전히 개인적 생각이다. 그의 연기를 더 오래 보고 싶은 1인의 노파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뭐든지 너무 잘 해서, 연기를 너무 잘 해서 불안한 하정우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배우 하정우,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스틸컷(아래).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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