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이건 미리보는 가을야구였다.
2일 잠실구장. 선두 삼성과 2위 LG가 주말 3연전 첫날을 맞이했다. 양팀 사령탑은 경기 초반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라나 막상 플레이볼이 된 뒤엔 인정사정 봐줄 게 없었다. 여름밤의 가을야구였다. 미리보는 포스트시즌이었다. 양팀은 총력전을 펼치며 질 높은 경기를 팬들에게 선보였다.
경기 전 만난 LG 김기태 감독은 삼성에 대한 질문에 “재미있게 해보겠습니다”라는 말 외엔 극도로 말을 삼갔다.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웃었다. 선두 삼성을 자극하기보단 LG 자체의 경기력에 신경을 쓰겠다는 것. 이미 김 감독은 LG가 전반기 막판 상승세를 탈 때부터 선두공략 욕심이 나지 않느냐는 질문을 수 차례 받았으나 한번도 제대로 삼성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마찬가지. 차우찬을 LG전에 표적등판시키는 모양새가 됐으나 “본인이 LG전에 나가보겠다고 했다”라고 했다. 이어 “LG를 벼르고 있다고 하던데, 그런 거 아니다. 1년 내내 맞붙는 팀인데 무슨 벼를 게 있나”라고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이날 1군에 첫 등록한 대체 외국인투수 에스마일린 카리대의 활용방안에 대한 고심 외엔 특별히 LG를 의식하진 않았다.
경기가 시작됐다. 선발 차우찬과 우규민이 역투를 펼쳤다. 둘 다 6회를 채우면서 퀼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우규민은 싱커와 직구 등을 앞세워 주중 3연전서 KIA에 36점을 퍼부었던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차우찬도 직구, 커브,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5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상대적으로 높게 구사되는 실투는 많았다. 결구 6회 1사 2루 위기를 맞이한 뒤 이진영에게 바깥쪽으로 흐르는 유인구를 구사했으나 이진영이 절묘하게 툭 밀어치며 선제 적시타를 내줬다.
LG는 확실히 힘이 있었다. 후속 이병규가 차우찬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투런포를 날렸다. 7회엔 카리대를 상대로 대주자 김용의의 도루로 찬스를 만들어놓기도 했고, 8회엔 오지환이 결정적인 3루 도루를 기록하며 추가점을 얻어냈다. 이동현, 봉중근이 8회 흔들리며 실점을 했으나 끝내 승기를 지켜냈다. LG 야구는 확실히 달라졌다. 김기태 감독도 흔들리는 봉중근을 한 차례 진정시키러 마운드에 나가는 등 미묘한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진 않았다.
삼성도 역시 선두다운 저력이 있었다. 8회 2사 1루에서 이승엽과 채태인의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만든 뒤 박석민의 2타점 2루타가 나왔다. 계속된 찬스에선 이날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배영섭을 대타로 내기도 했다. 삼성 역시 뒤진 상황에서 권혁, 안지만을 차례대로 등판시키며 역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비록 패배하긴 했으나 선두다운 저력은 확실히 살아있었다.
그야말로 이날 잠실구장은 여름밤의 가을야구를 보는 듯했다. 투수들의 팽팽한 맞대결과 타자들의 집중력 있는 모습. 벤치의 타이트한 경기운영까지. 야구의 재미를 확인할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어쩌면 2개월 후 다시 볼 수도 있는 장면들이다.
[LG 정의윤. 사진 = 잠실 송일섭 기자 andi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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