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삼성의 멍군이었다.
LG와 삼성의 2~4일 주말 잠실 3연전. 선두와 2위의 맞대결답게 팽팽함이 느껴졌다. 류중일 감독과 김기태 감독도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깨끗하고 재미있는 승부를 펼치겠다고 선언한 상황. 2일 첫 경기는 LG의 승리였다. 삼성과의 승차를 3경기로 줄였다. 이날 경기의 핵심은 승차가 4로 다시 벌어지느냐, 2로 좁혀져 선두경쟁이 안개 속으로 들어가느냐였다.
선발투수 레다메스 리즈와 윤성환은 전날 우규민과 차우찬의 맞대결에 이어 또 한번 투수전을 선보였다. 리즈는 볼넷이 화근이 돼 4회 불의의 2실점을 했으나 6회 만루 위기를 스스로 넘겼다. 최고구속 161km이라는 빠른 볼을 앞세워 연이어 삼성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힘으로 힘을 억제하는 시원스러운 투구가 빛났다. 삼진만 8개를 잡아냈다.
윤성환은 기본적으로 빠른 볼 투수가 아니다. 묵직한 공 끝의 힘과 슬라이더, 커브 등을 앞세운 다양한 투구패턴을 앞세워 기교투를 하는 투수. 이날 역시 영리한 경기운영능력이 돋보였다. 1회를 제외하곤 매회 주자를 내보냈으나 단 1점도 내보내지 않았다. 커브와 슬라이더로 LG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흐른 뒤 느린 직구로 삼진을 잡는 모습은 단연 백미였다.
6회말. 삼성이 먼저 승부수를 걸었다. 윤성환이 1사 후 이진영에게 볼넷을 내주자 투수를 안지만으로 바꾼 것. 누가 보더라도 교체 시점은 한 템포 빨랐다. 평소 선발투수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가는 류 감독답지 않은 승부수. 통했다. 안지만은 정의윤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으나 큰 이병규와 정성훈을 범타로 돌려세웠다.
LG도 승부수를 걸었다. 7회말. 1사 주자 2루 찬스. 9번 윤요섭 대신 왼손타자 김용의를 투입했다. 그러나 김용의는 안지만에게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LG의 승부수는 8회초 또 한번 실패했다. 잘 던지던 리즈를 빼고 이상열을 투입했으나 이상열이 연이어 안타를 맞으며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기 때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삼성 타선의 끈끈함이 돋보인 순간이기도 했다.
결국 경기는 삼성의 승리. 전날 패배를 말끔하게 설욕했다. 윤성환의 조기 강판 승부수가 통했다. 안지만이 무려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마무리는 오승환. 타선은 리즈의 작은 난조를 파고들어 결승점을 뽑아냈다. 전체적으로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군더더기 없는 좋은 승부였다. LG가 실책 1개를 범했지만, 경기 질을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LG 역시 6회 무사 1,2루 수비에서 박석민의 희생번트에 3루주자를 아웃 시켜 흐름을 차단했다. 8회 무사 1,2루에선 김선규를 투입해 1사 만루 위기에서 유격수 병살타를 유도하기도 했다. 삼성 작전야구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두 팀은 힘과 세기 모두 대등했다. 삼성이 8안타, LG가 6안타를 쳐냈으나 적절한 투수교체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푹푹 찌는 여름밤. 삼성과 LG가 1,2위 팀들답게 가을야구 같은 청량감을 안겨줬다. 이런 경기가 2개월 뒤에 다시 열릴지도 모른다. 야구팬들에겐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이승엽. 사진 =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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