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김병우 감독이 충무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더 테러 라이브'로 장편 상업영화에 출사표를 던진 그는 전야 개봉 6일 만에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손익분기점(약 200만명)을 돌파, 완성도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붙잡을 수 있는 괴물 신인 감독의 등장을 알렸다.
그는 '더 테러 라이브'를 위해 배우 하정우와 손잡았다. 이 결정은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병우 감독은 하정우를 도구 삼아 쫀쫀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 냈고, 하정우는 명불허전 연기력을 선보이며 끝을 알 수 없는 자신의 능력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김병우 감독은 "운이 좋은 것 같다. 사실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나와 (하)정우 선배 모두 알고 있었다. 계획한 대로 만들었는데 내부에서 예상했던 것 보다 관객이나 시사 반응이 더 좋은 상황인 것 같다. 그래서 고무적이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애초에 어떤 높은 스코어를 바라고 기획한 영화는 아니다. 대중적으로 봤을 때 분명 리스크가 있다. 촬영 전 정우 선배와 이야기했을 때도 정우 선배가 자신은 100만 명만 들어도 성공이라고 얘기했다. 이건 숫자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일단 상업영화 시장에서 이런 영화가 시도됐고, 만들어지고, 참여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숫자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색다른 방식의 영화에 도전한다는 의의를 더 중요시여기며 시작했던 겸손함과 우직함은 관객들의 티켓으로 되돌아 왔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한국영화 역대 최고 제작비가 투입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정면 승부를 택했음에도 좌초가 아닌 흥행 질주 중이다. 골리앗과 붙은 다윗이 골리앗과 함께 한국영화 쌍끌이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
김병우 감독은 "(개봉 전) 개인적으로 들뜨고 기분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 편으로는 몇 년 동안 거의 나의 모든 것이었던 것을 떠나보낸다는 생각에 서글프기도 하다. 전에 '더 테러 라이브'가 내 신앙이나 다름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보내줘야 한다.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작업이 끝났다. 그런데서 오는 아쉽고 섭섭한 감정이 있다. 딸을 시집보내는 느낌이다.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원섭섭한 마음을 털어놨다.
또 김병우 감독은 이번 작업을 통해 감독으로서는 물론 인간으로서도 한 단계 성숙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단편영화를 찍을 때도, 장편영화 '리튼'을 내놓을 때도 혼자 혹은 3~4명의 소수의 인원과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하는데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이런 그는 이번 영화를 찍으며 협업의 중요성과 그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김병우 감독은 "몇 년을 나 혼자 일했다. 그런데 갑자기 많은 스태프와 일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상업영화 스태프들과 함께 일한 적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지금은 많이 유해진 느낌이다. 처음에는 그 사람과 어떻게 이야기 해야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지를 몰랐던 것 같다"고 영화 초반 여러웠던 점에 대해 전했다.
이후 "요 몇 달 사이, 작년말부터 올 초 그리고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그랬다. 내가 많이 자랐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자신에게 피와 살이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음을 털어놨다.
김병우 감독은 자신과 호흡을 맞추며 '더 테러 라이브'라는 도전에 함께한 하정우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하정우 선배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영화가 먼저 개봉하긴 했지만 상업영화 감독으로 볼 때도 하정우 선배가 선배다. 그런 부분(감독의 영역)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촬영에 들어가면 내가 어떨지 선배님은 다 알고 있었다. 촬영이 시작된 후 이런저런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조언해주기도 했다. 하정우 선배에게 선배님이라고 하는 건 그 말이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동질감 혹은 동지의식을 느낀다"고 설명하며 분석하고 공부하며 준비하는 하정우의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배우, 감독 하정우를 극찬했다.
김병우 감독과 하정우.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가 극을 발한 '더 테러 라이브'는 한강 마포대교 폭탄테러라는 최악의 재난 사태를 뉴스앵커가 독점 생중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리얼타임 전개, 하정우의 독보적 존재감 등으로 호평받으며 흥행몰이 중이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위), 하정우와 김병우 감독.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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