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국 체류 중인 일본인 한일통역사 요네다의 한국 이야기
※ 이 글은 일본인을 독자로 하는 KRNEWS 사이트에 게재되었던 기사입니다.
외국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다 보니 일본에서 온 친구, 손님, 친척 등을 맞이할 기회가 많아진다. 나 자신 수십 번, 수 백번(은 과언이려나)은 일본에서 온 이런저런 손님을 맞이 했다.
"요네다씨, 밥은 직접 만들어 먹어?"
제 2회분에서도 직역은 위험하다,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말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머리를 싸매고 생각했다. 웬일인지, 일본에서 온 손님으로부터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사관에 재직중일 때도, 이 질문이 가장 많았다.
생각해보니, (사생활에 관여하지 않는 일본인의 특성상) 이 질문은 나에 관한 거의 유일한 직접적인 질문이기도 했다. 가끔 처음으로 만난 외국에서 사는 여자가, 식사를 만들어 먹든 사 먹든 어떻게 해도 좋은 것 아닌가.
‘밥’에 관련해서는 지금 일본에서도 유명한 한국어 "밥 먹었어요?"에 관한 소회 하나가 있다.
사실, "밥 먹었어요?"는 한국 관련 일을 하는 사람, 어학연수 및 주재원으로 한국에 체류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처음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문구가 아닐까. 물론 나도 그랬다.
"밥 먹었어요?" 혹은 "밥 먹었습니까?".
뭐,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말이지만, "먹었다"고 대답하면 이내 다시 다음 말이 이어진다.
"뭘 먹었어?"
한국에 산 지 한달도 안 된 어학학교 시절의 나는, 매일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받는 이같은 질문이 불가사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 보였던 것일까. 아니면 외국인은 무엇을 먹을까, 그런 게 관심이 있는 것인지…
그렇다고 해서 "김치찌개를 먹었다"라고 대답하면 "맛 있었어?"라는 말은 돌아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여러분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은 한반도 전쟁(6.25동란) 등을 거치면서 대단히 궁핍했던 시절이 꽤 길었다고 한다. 밥을 먹는다는 것이, 지금보다도 훨씬 귀중했던 시대에 이웃이 식사를 했는지 신경을 쓰는 것. 즉 그 사람(상대방) 을 걱정하는 한국인 특유의 배려가 담긴 인사였던 것이다.
얼마 전, 한국생활이 긴 아는 분과 식사를 하면서 "한국은 사생활이 없네요"라고 웃으며 얘기한 적이 있다. 확실히 ‘일본인 모드’로 전환하면 한국에는 ‘개인의 사생활’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최근에는 꽤 바뀌고 있지만, 첫 대면에서 나이를 물어보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 직장얘기, 출신대학, 같은 남자라면 군대에서의 비화까지 ‘일본인 모드로 보면 "거기까지 말해?"라고 할 정도로 신상에 관한 얘기를 한다.
나처럼 30세에 미혼이면, 어지간하지 않으면 "결혼했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렇지 않으면 "남자친구 있어?"라는 질문을 받는다.
"없다"고 대답하면 "어? 왜?"라는 말이 되돌아 온다. 그것은 오히려 내가 더 알고 싶다(웃음).
친한 친구의 엄마 입장이 되면, 누군가 좋은 사람 없을까, 라고 찾기 시작하거나 친구 자신도 내 문제를 찾기 시작하면서 연애어드바이스로 옮겨 간다.
"제발 내버려둬~"
상황은 이렇게 되어가지만 왠지 마음은 흐뭇하고 그리고 따뜻해진다.
일본에서는 어느새 ‘성희롱’이나 ‘파워하라(직장상사의 횡포)’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상대의 개인적 영역에 발을 집어 넣는 것은 터부시돼 그에 대한 질문조차 금지된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부딪치지 않고 지내는 것은 가장 무난한 일일터.
실제 한국에서도, 프라이버시 없는 습관에 질린 한국젊은이들이 일본 스타일을 동경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국에서 일본소설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도 독자들이 일본소설에 담긴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느쪽이 좋고 어느쪽이 나쁜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나를 포함해 한국에 붙어(?!) 살고 있는 일본인들은, 한국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는 따뜻함에 어쩌면 마음이 치유되었는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밥해먹고 있어?"라는 한 마디에도 사생활 간섭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외국에 살고 있는 한사람의 딸을 염려하는 일본인의 배려 또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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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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