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리즈 탈삼진 기록을 따라잡겠다.”
한화 에이스 대니 바티스타. 7월 16일 부산 롯데전 이후 어깨 피로 증상으로 선발로테이션에서 빠졌다. 재활에만 집중했다. 아직 후반기엔 단 1경기도 선발 등판하지 못했다. 김응용 감독은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다”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확한 뉘앙스를 파악한 결과 ‘어깨의 느낌이 좋지 않다’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바티스타의 선발로테이션 제외에 확인되지 않은 말이 많았다. 바티스타의 말을 직접 듣고 싶었다. 7일 청주 SK전을 앞두고 바티스타를 잠깐 만났다. 9일 대구 삼성전이 복귀전으로 확정돼 7일 경기를 앞두고 먼저 대구로 떠나는 스케줄이었기 때문. 잠깐이지만, 바티스타는 솔직했다. 그리고 당당했다.
▲ 전반기에 17차례 선발등판… 어깨 통증? 생길 수 있는 일
바티스타는 “현재 어깨 상태는 매우 좋다. 9일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9일 경기서 예전 구속과 컨트롤을 회복하겠다. 경기를 치르면서 더욱 몸 상태가 좋아질 것이다”라고 여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왜 어깨가 아팠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살짝 격앙된 뉘앙스. “전반기에 17차례나 선발로 나왔다. 난 그전엔 그렇게 선발로 많이 던진 시즌이 없다. 어깨에 피로가 쌓였다”라면서도 “어깨가 아프면 구속도 떨어진다. 야구를 하면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주위의 억측이 살짝 억울했던 모양이다.
바티스타는 성실하게 재활에 임했다. 6일 불펜피칭서 30개를 던져 어깨가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게 확인되자 스스로 ‘OK’사인을 냈다. 정민철 투수코치가 이를 김응용 감독에게 보고하면서 9일 선발 등판이 확정됐다. 그만큼 조심스러웠다. 바티스타는 “빨리 실전 등판을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송창식, 박정진 등 불펜이 요즘 좋다. 젊은 투수들도 돋보인다”라며 얼른 합류해서 승수를 쌓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 탈삼진왕 하고 싶다, 리즈 따라잡겠다
바티스타는 류현진이 떠난 국내 마운드에서 ‘닥터K’를 자처했다. 불 같은 강속구가 있으니 삼진하면 바티스타다. 8일 현재 107개의 탈삼진으로 2위다. 1위는 127개의 레다메스 리즈(LG). 바티스타가 꾸준히 1위를 지켰으나 근 1달간 개점 휴업하면서 리즈에게 추월을 당했다. 시즌 막판에 접어드는 가운데 20개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격차.
바티스타는 솔직했다. “리즈가 탈삼진 1위를 차지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어 “억울한 건 없다. 난 최근 5~6차례 선발등판을 하지 않았다. 리즈는 계속 선발 등판하면서 나를 추월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탈삼진 타이틀을 포기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 리즈를 따라잡아 탈삼진 1위를 하고 싶다”라고 했다. 리즈 역시 바티스타와 마찬가지로 도미니칸. 같은 국적의 두 외국인투수의 탈삼진 자존심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 아들바보 바티스타, 제이미 떠나지만 괜찮아
바티스타는 아내와 아이들을 둔 가장이다. 한국에서 돈을 버니 가족들과는 떨어져 지낼 수밖에. 그러나 최근 아들 제이미 바티스타가 20일 가량 바티스타의 곁에 있었다고 한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방한한 것. 바티스타가 재활을 마친 건 아들에게서 건전한 에너지를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들 얘기를 꺼내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깨 통증 얘기를 할 때 좀 무서웠던 인상이, 선하게 바뀌었다.
바티스타는 “아들이 내일(8일) 떠난다. 어제 아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밥을 같이 먹었다. 슬프진 않다. 이게 내 생활이다. 아쉽지만 괜찮다”라고 개의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어 깨알 같은 아들 자랑을 했다. “도미니카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1경기에 삼진 12개를 잡은 적도 있다. 나랑 던지는 폼이 똑같다”라고 웃었다. 아들 역시 나중에 어른이 되면 한화에서 뛰면 되겠다고 하자 쿨하게 답했다 “of course(물론이지).”
솔직하고 당당한 바티스타. 틀에 박힌 답이 나오지 않아 신선했다. 입담은 일단 합격점. 이제 실전 마운드에서만 합격점을 받으면 된다.
[바티스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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