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시카와 쇼타, 재미있는 일본 맥주 이야기 그 두번째
나는 해외에 거주한 경험은 없지만, 아시아권의 나라라면 몇번인가 가본 적이 있다. 그 때마다 '일본과는 정말 다른 문화 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구나'하고 여실히 느낀다.
여행으로 어느 나라를 방문한다는 건, 당연히 그 나라에 흥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나라 국민들의 생활실태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는 장소는 도대체 어디일까? 그 질문의 답을 나는 '편의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편의점은 생활에 최저한으로 필요한 물자를 제공하는 점포이기 때문이다.
◆ 편의점과 술
일본에 온 한국인 관광객의 경우, 편의점을 통해 일본 문화를 보려할 때, 의외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편의점 주류 판매코너를 보자.
일본에서 편의점의 주류 판매 금지가 풀린 것은 불과 약 10년 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편의점 업계는 음료 진열란 가운데 꽤 넓은 면적을 주류 판매에 사용하고 있다. 물론 주류가 편의점의 인기상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편의점의 주류 진열란에 진열되는 주류를 보면, 맥주류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추하이(소주에 탄산을 섞은 술)나 칵테일 등 리큐어류가 그 다음을 잇는다. 놀라운 점은, 많은 편의점에서 맥주류는 주류 진열대 반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일본의 다양한 맥주류
이 대량의 맥주류를 바라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바로 맥주류의 가격설정이 크게 3단계로 나눠져 있다는 점이다. 가장 고가에 속하는 맥주류는 350ml 캔으로 210엔 정도의 가격이 설정돼 있다. 그 다음이 160엔 전후, 그리고 가장 싼 제품군이 140엔 정도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도대체 이 가격의 차이는 무엇을 반영하고 있는 걸까?
맥주류 진열대를 더욱 주의깊게 관찰하면, 캔 정면하부에 '맥주', '발포주'나, '리큐어(발포성)' 혹은 '기타 양조주(발포성)'(이 두가지를 합해 세간에서는 '제3의 맥주'라고 부른다)이라는 표시가 있다. 실은 이 3종류의 맥주류 분류에 따라 맥주류의 소매가격이 단계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 발포주와 제3의 맥주
그렇다면, '발포주'나 '제3의 맥주'에는 도대체 어떤 음료인 것일까?
이 주류는 한국에는 찾기 힘든 일본의 독자적인 음료인데, 음료의 캔을 보면, 맥주를 방불케 하는 표시나 디자인이 눈에 띈다. 실제 마셔도 맥주와 같은 맛이 난다. 맥주가 아니면 '합성 맥주'인 걸까?
실은, 이 일복 특유의 기묘한 맥주 음료의 존재에도 주세 존재가 관계하고 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주세법상, '맥주'의 명칭으로 판매가 가능한 알콜 음료는, 맥아, 호프, 물을 주원료로 하면서, 호프와 물 이외의 원료에서 차지하는 맥아 비율이 3분의 2이상이어야 한다.
이 알콜 음료는 맥주의 명칭으로 판매가 가능한 대신, 맥주 제조업체는 비교적 높은 세율의 주세를 지불해야 한다. 주세가 높아지면, 당연히 맥주의 소매가격도 비싸지기 때문에 가격경쟁 속에서 맥주의 원료 중 맥아 함유량을 낮춘, 맥주 같은 맛이 나지만 주세법상 맥주에 해당하지 않는 알코올 음료가 등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발포주'다.
원료 중 맥아함유량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지만 많은 맥주 제조업체로부터 판매되고 있는 발포주는 맥아사용률이 25% 미만으로 최저세율이 부과된다.
그렇다면, '제3의 맥주'는 무엇인가?
구체적으로는 맥아를 포함한 원료에서 만들어진 음료에 스피리츠(알코올 성분이 강한 증류주) 등의 알코올을 섞는 방식(리큐어), 원료로 맥아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맥주류를 제조하는 방식(기타 양조주) 등이 채용되고 있다. 이 같은 제3의 맥주는 저가로 맥주와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는 알코올 음료로, 일본 가정에서도 비교적 넓게 음용되고 있다.
현재는 편의점에서도 맥주 품목 수보다 발포주와 제3의 맥주를 포함한 품목 수가 훨씬 많다. 이는 높은 품질의 맥주가 유통되는 일본에서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발포주나 제3의 맥주가 가정용으로는 인기가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본 맥주제조업체의 노력에 의해 발포주나 제3의 맥주라도 맛이 좋은 알코올 음료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고 있다.
물론, 음식점에서는 발포주나 제3의 맥주가 아닌, 맥주만이 제공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금, 맥주는 가정용 음료라기보다 특별한 날의 음료라는 측면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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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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