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걸그룹 씨야의 인형같은 멤버 남규리는 없었다.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무정도시'(극본 유성열 연출 이정효)의 남규리는 강인한 여전사 같았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차 만난 남규리는 아직도 극중 윤수민 역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고아원에서 자라 하나뿐인 언니를 마약집단에게 잃고 스스로 범죄 소굴로 들어가 언더커버가 되는 강한 캐릭터를 남규리는 어떻게 연기해냈을까.
"어느날 '무정도시' 시나리오를 받게 됐어요. 확정은 아니었고 이런 시나리오가 있으니 미팅을 하겠다고 통보를 받았었죠. 1회를 읽었는데 확 당기는 무언가가 없었어요. 그저 우리가 흔히 보는 조폭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죠."
남규리의 말처럼 1회 속 윤수민의 장면은 다른 배우들보다 비중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윤수민의 진짜 진가는 4회부터 차근차근 드러나기 시작했다. 윤수민은 강단있고 불량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는 않은, 강한 캐릭터였다.
"그동안 제가 보여줬던 캐릭터들과 차별화가 있었어요. 그때부터 미팅을 여러 번 하게 됐죠. 원래 한 두 번 보고 캐스팅을 하는 데 저는 굉장히 많이 본 편이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얘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건강하고 보이시한 느낌을 보여준 적이 없으니까. 어렵게 캐스팅 됐어요."
제작진은 인형같은 남규리의 모습에서 의외성을 봤다. 연악해보이지만 그 안에 강단있는 모습은 자신의 실제 모습을 숨겨야하는 언더커버, 윤수민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매력을 느꼈던 것도 평범하지만 강인하고 처절해서 동정 어린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주변에서는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에서만 나올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역할을 함으로서 아직도 모자란 점이 많지만 제 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남규리는 난생 처음 액션에 도전하게 됐다. 맞고 때리는 신이 많아 눈앞이 캄캄해진 적도 있고 온 몸은 멍투성이에 팔꿈치 보호막이 파열돼 2주간 깁스를 하고 다녀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참아냈다.
"감정신을 찍을 때는 정말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몰입해서 찍었어요. 모두 밥 먹으러 나가도 혼자 앉아 빵을 먹으면서 감정을 유지하고 그랬어요. 톤이 너무 밝으면 수민이 캐릭터랑 안 맞으니까 예민한 감정을 유지하려고 한 시간만 자고 가고 그랬어요. 감정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했죠."
"(정)경호 오빠랑 멜로 신을 찍다가 오빠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걸 할 때 제가 다리로 걷어차야 되는데 경호 오빠는 극중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이니까 반사적으로 피했어요. 리허설을 해보다가 경호 오빠 구두 뒤 굽으로 발 등을 세게 맞았죠. 그렇게 아픈 건 세상에서 처음이었어요. 촬영이 중단될 정도였어요."
그래도 남규리는 여전히 아쉬워했다. 좀 더 많은 액션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그렇게나 많이 뛰고 구르고 맞았는데도 여전히 그에게서는 액션 배우에 대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제가 발차기를 잘 해요. 그러니까 무술감독님이 싸우는 폼이 난다고 액션을 꾸준히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보통은 여자들은 맞는 걸 많이 연습하는데 저는 좀 더 해서 때리는 걸 연습하라고 하셨어요."
지금도 남규리는 액션 연습은 물론 새벽 1시까지 자전거를 타며 체력을 기르고 있다. '무정도시'를 찍으면서 액션 배우로서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정도시'는 남규리에게 정말 많은 깨달음을 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대본을 놓은 적도 없고 어디를 놀러간 적도 없었어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이 드라마가 제게 깨우쳐준 것 같아요. 저한테는 정말 떳떳한 열정이죠. 연기가 완벽하다기보다는 최선을 다했거든요. 그래서 후회는 없어요."
[배우 남규리.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