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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손붐’ 손흥민(21)이 바이엘 레버쿠젠서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넣는데 걸린 시간은 7초였다. 넣은 시각을 말하는 게 아니다. 토프락의 롱패스를 차는 순간부터 손흥민이 왼발 슈팅으로 밀어 넣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손흥민을 장착한 레버쿠젠의 역습은 LTE-A였다.
▲ SON 레버쿠젠① l 베스트11
지난 시즌과 비교해 3~4 포지션에 변화가 있었다. 손흥민은 첼시로 떠난 쉬를레의 자리에 섰고 4백 수비에선 스파이치와 도나티가 새롭게 가세했다. 샘은 카스트로의 중원 이동으로 오른쪽 윙포워드 자리를 꿰찼다. 이처럼 히피아 감독은 기존 선수들과 유사한 스타일의 선수들로 떠난 이들의 공백을 메웠다. 이는 베스트11의 1/3에 가까운 선수가 바뀌었음에도 레버쿠젠의 색깔이 그대로 유지된 이유다. 후반 교체에서도 이러한 틀은 계속 유지됐다. 손흥민의 교체가 대표적이다. ‘윙’ 손흥민이 나오고 ‘중앙 미드필더’ 롤페스가 들어가자, 카스트로가 손흥민의 위치로 이동했다. 지난 시즌 대부분을 윙에서 보낸 카스트로에겐 낯선 포지션이 아니었다.
▲ SON 레버쿠젠② l 4-3-3&손흥민
레버쿠젠은 4-3-3 또는 4-1-4-1 포메이션을 사용한다. 프라이부르크전은 4-3-3에 가까웠다. 홈경기인데다 객관적 전력서 앞서는 만큼 히피아 감독은 공격적인 전력을 꺼냈다.(지난 시즌 레버쿠젠은 상위권팀과의 경기서 라이나르츠가 좀 더 처진 위치로 내려오며 4-1-4-1의 형태를 띠곤 했다)
주목할 점은 손흥민의 위치다. 손흥민은 오른쪽의 샘보다 늘 높은 위치에 포진했다. 이는 상대가 볼을 소유했을 때(수비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도나티를 돕기 위해 내려온 샘과 달리 손흥민은 대부분 좀 더 높은 위치에 머물렀다. 대신 카스트로가 보에니쉬를 도와줬다.(이 역시 레버쿠젠의 특징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에는 쉬를레가 늘 카스트로보다 높은 위치에 섰다) 중앙에 2명을 배치한 프라이부르크의 포메이션(4-4-2)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중원에서 3 vs 2의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카스트로가 왼쪽을 도와줘도 중앙에서 2 vs 2가 유지됐다. 카스트로의 왼쪽 이동은 손흥민의 공격에도 도움을 줬다. 카스트로, 보에니쉬가 왼쪽에서 오버래핑에 나서면 상대 수비가 그쪽으로 쏠리면서 손흥민이 안으로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레버쿠젠의 빌드업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수비 진영에서 볼을 뺏은 뒤엔 횡으로 이동하며 측면에서 빠르게 전진하는 선수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그 중심에는 키슬링이 있었다. 원톱 키슬링은 전방에 머물지 않고 후방 깊숙이 자주 내려왔다. 이날 2번째(손흥민), 3번째(샘) 골 장면을 복기해보자.
후반 46분 키슬링이 가로챈 볼을 토프락이 전방에 길게 연결하자 샘과 손흥민이 마치 치타처럼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7초 만에 손흥민의 발끝에서 골이 터졌다. 이때 프라이부르크 중앙 수비 2명이 후방으로 내려간 키슬링을 따라 전진하다 오프사이드 트랩이 붕괴됐다. 후반 52분에 터진 샘의 추가골에서도 키슬링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골키퍼 레노부터 시작된 빠른 역습 상황에서 벤더의 헤딩을 키슬링이 내려와 잡았고, 이때도 프라이부르크 중앙 수비 2명의 라인이 무너졌다. 손흥민 보다 낮은 위치에 있었던 샘은 키슬링이 볼을 잡자 상대 측면 수비보다 빠르게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왼발 슈팅으로 이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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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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