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도 귀화선수 영입을 고려해야 합니다.”
남자농구대표팀 유재학 감독이 아시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대한농구협회와 진지하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한국농구도 귀화선수가 필요한 게 아니냐고. 하루아침에 결론을 낼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이미 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자국과 피 한 방울 안 섞인 미국 선수를 귀화선수로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FIBA 규정상 귀화선수를 1명씩 활용 가능하다. 이 규정을 통해 카타르, 대만, 필리핀 등이 아시아 정상급 전력으로 올라섰다.
한국은 어땠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승준과 문태영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결국 이승준이 선택됐는데, 사실 이승준과 문태영은 모두 한국인의 피가 섞인 혼혈선수다. 엄밀히 보면 100% 미국인 유전자가 아니다. 아직 한국에선 한국인의 유전자가 전혀 없는 100% 외국인을 귀화선수로 영입해 태극마크를 달아주는 걸 정서상 받아들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단 유 감독이 화두를 던졌다. 심사숙고 할 문제다.
▲ 한국농구는 하다디가 부럽다
아시아 남자농구는 이란이 최강자라는 게 확인됐다. 이란은 2005년과 2007년에 이어 6년만에 패권을 탈환했다. 이란은 이번 대회서 귀화선수를 활용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있었다. 하메드 하다디(218cm)라는 아시아 최고 센터가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센터는 골밑에서 버텨주는 힘이 중요한 포지션. 귀화선수를 활용한 대부분 국가는 빅맨을 수입했다. 하다디는 그런 수입산 빅맨들을 차례로 누르고 이번 대회 MVP에 선정됐다.
이미 하다디의 기량은 탈 아시아권이라는 평가다. 아시아에선 힘과 기술 모두 따라올 자가 없다. 6~8년전만 해도 하다디는 하승진과 함께 키만 큰 유망주였지만, 하다디는 그동안 폭풍 성장했다. 이란농구 특유의 유망주 육성시스템 속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한국전서 맹활약했던 니카 바라미 같은 태크닉있는 포워드 역시 이란농구가 배출한 자랑거리.
이란은 지금 굳이 비싼 돈 주고 귀화선수를 영입할 이유가 없다. 우월한 외국인 유전자를 지닌 귀화선수가 절실하지만, 영입하지 못하는 한국농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현실이다. 한국도 정서상 귀화선수의 범위를 혼혈선수로 제한한다면 이런 유망주 육성 시스템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이번 대회 8강전서 몰락한 중국도 워낙 유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니 언제든 정상 도약이 가능하다.
결국 황금세대를 만나야 하고, 감독의 역량이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한국농구대표팀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금 한국은 하다디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김종규, 김민구가 또 언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내년 월드컵 진출은 정말 반갑다. 그러나 내년 월드컵을 치른 뒤에도 한국은 농구를 계속 해야 한다.
▲ 한국농구, 대표팀 관리-육성 시스템 구축 안 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유망주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수다. 당연히 해외사례도 참고해야 한다. 이란, 필리핀, 중국 등을 비롯해 유럽 강호들은 도대체 어떻게 유망주들을 키우고 전력을 유지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전력을 파악하고 분석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정보가 쌓이는 것이다.
한국 농구는 그동안 이런 부분에 눈을 감았다. KBL과 대한농구협회, 원로 농구인들 모두 반목과 대립만 해왔다. 이번 대회 준비의 어려움은 이미 잘 알려졌다. 중요한 건 정보, 전력분석 시스템, 유망주 관리시스템의 체계적 구축 필요성을 농구계가 잘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실천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설프게 흉내만 내놓고 각종 변명만 늘어놓는 식이다. 남자농구대표팀의 선전에도 여전히 대한농구협회, KBL이 박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유재학 감독은 하다디와 귀화빅맨들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한국인이 소화할 수 있는 골밑수비전술로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었다. 하디디를 부러워할 게 아니라 왜 우리는 하다디 같은 선수를 못 만드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유 감독의 주장대로 혼혈선수의 범주를 벗어나 로드 벤슨, 에런 헤인즈 같은 100% 미국인을 귀화선수로 영입해 국제대회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내년 스페인 남자농구 월드컵은 이제 딱 1년 남았다. '이건 아닌데’라고 백날 생각만 해봤자 아무런 소용없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인천공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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