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과 LG의 선택은 정공법이었다.
기자가 13일 오후 차량을 통해 대구로 들어서자 바깥 온도가 “40도”로 표시됐다. 대구구장 주차장에서 내리자 말문이 막혔다. 이건 완전히 사람 잡는 무더위다. 이날 대구는 37도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유명한 대구. 올해도 명불허전이다. 삼성담당이지만, 이런 대구의 무지막지한 무더위는 적응이 안 된다.
▲ 야구선수들도 사람 “대구는 돔구장 안 만드나요?”
대구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오죽하랴. 야구장의 지열은 상상을 초월한다. 보일러를 틀어놓은 것처럼 열기가 마구 피어 오른다.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들다. 또 하나. 야구선수의 유니폼 바지는 두껍기로 유명하다. 슬라이딩과 충격에 강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신축성은 좋지만, 통풍은 잘 안 된다.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안다. 이 더위에 두껍고 긴 바지 입는 것의 고충을. 그래서 홈팀은 경기 전 훈련을 할 때 반바지를 입기도 한다. 훈련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 물론 관중이 입장한 뒤에도 훈련을 해야 하는 원정팀은 반바지를 입지 않는 편이다.
13~14일엔 LG가 대구를 방문했다. 대구에서 자주 경기를 치르지 않는 LG는 상대적으로 대구 무더위에 적응이 돼 있는 삼성보다 무더위에 힘겨워했다. LG의 한 선수는 기자들에게 농담조로 “말도 안돼. 대구는 돔구장 안 만듭니까?”라며 웃음을 안겼다. 대부분 선수들 역시 경기도 하기 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오니 선수들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대구구장은 덕아웃 구조상 낮에 1루 덕아웃 쪽으로 강하게 햇빛이 들어온다. 1루 덕아웃에 있으면 해를 정면으로 본다. 삼성이 홈팀인데도 3루 덕아웃을 쓰는 건 이유가 있다. 대구구장 1루 덕아웃은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이란 말도 있다. LG 김기태 감독도 기자들에게 “내일은 여기보다 시원한 곳에서 얘기 나눕시다. 에어컨 미리 좀 틀어놓고요”라며 웃음을 안겼다.
▲ 삼성과 LG의 경기 전 훈련, 정공법
일부 팀은 요즘 같은 무더위 속에서 훈련량을 줄인다. 경기장에 나오는 시간도 대폭 늦춘다. 어차피 이런 날씨에선 훈련에 집중이 잘 안 된다. 덕아웃엔 아이스박스와 얼음물이 준비돼 있으나 한계가 있다. 그럴 바에야 경기 전에 진을 빼지 말고 경기를 할 때 좀 더 집중을 하자는 전략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우린 훈련량을 조금 줄이는 한이 있어도 시간까지 줄이진 않는다. 경기장에 출근하는 시간은 똑같다”라고 했다. 삼성은 원래 시간 약속에 엄격한 팀이다. 류 감독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그걸 잘 챙겨먹어야 한다. 나도 장어, 곰탕 등을 즐긴다. 여름을 이겨내려면 잘 쉬고 잘 먹는 방법밖에 없다. 딴짓하다간 스윙이 제대로 안 된다”라고 했다. 삼성 선수들은 늘 그랬듯 경기 전 훈련을 정상적으로 마쳤다.
LG도 마찬가지. 특별히 훈련량을 줄인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다른 팀보다 야구장에 더 빨리 나왔다. 보통 원정팀은 홈팀의 훈련이 끝날 때 덕아웃에 슬슬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13일 LG는 삼성의 타격훈련이 한창일 때 모습을 보였다. 미리 준비하는 모습. LG가 왜 강한지 알 수 있는 단편적인 풍경이다.
김기태 감독도 선수들의 훈련을 꼼꼼히 챙겼다. LG 고참급 선수들은 특히 스트레칭에 신경을 썼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은 땀을 쏟는 모습. 대구의 사람잡는 더위를 피하기보다 정면으로 맞섰다. 훈련량보단 질이 중요한 게 사실. 정답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다만, 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삼성과 LG가 사람 잡는 대구 무더위 속에서도 나란히 정상 훈련을 소화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 그만큼 기본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다.
[삼성-LG 맞대결. 사진 = 대구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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