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건 역대 최고급 1위전쟁이다.
삼성과 LG의 선두다툼. 애당초 13~14일 대구 2연전이 최대 분수령인줄 알았다. 아니었다. 맞대결 이후 더 뜨거워진 모양새다. 두 팀은 15일 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LG가 홈에서 한화에 재역전승을 거두는 동안, 삼성은 창원 원정에서 NC에 덜미를 잡혔다. 이로써 LG는 또 다시 삼성에 승차없이 승률에서 뒤진 2위가 됐다. 만약 LG가 이날도 승리하고 삼성이 이날도 패배할 경우 LG가 마침내 1위에 오른다. LG는 1997년 이후 후반기에 처음으로 1위를 경험해보는 것이다.
▲ LG가 확실히 세다, 삼성은 쫓긴다
LG가 강한 이유. 이젠 더 이상 설명할 이유가 없다. 2013년 LG. 이건 완전히 미친 팀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박용택은 “타자들이 좀 못 치면 투수들이 막아주고, 투수들이 좀 얻어맞으면 타자들이 더 잘 쳐준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분위기가 그렇게 됐다”라고 웃었다. LG에서만 12년을 뛴 베테랑도 LG가 왜 잘나가는지 모르겠단다.
프로스포츠를 취재하다 보면, 약팀이 갑자기 헐크로 변해 강호가 되는 케이스가 있다. 물론 팀 분위기를 다잡는 코칭스태프의 역할, 적절한 투자, 훈련환경의 변화 등 자세히 살펴보면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지난 10년간 계속 하위권에서 발버둥을 치다가 한 순간에 확 치고 올라온 팀의 원동력을 100% 과학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도 2012-2013시즌 통합우승 직전까지 꼴찌만 밥 먹듯이 했다. 여러 원동력이 있었지만, 일부에선 꼴찌 멤버들이 한 시즌만에 우승 멤버가 된 걸 두고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놀라워한다.
확실한 건 이젠 LG가 강팀의 자격을 갖췄다는 것이다. 선발-불펜-타선에서 1~2명 부진해도 크게 표시가 나지 않는 팀이 됐다. 좀처럼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 김기태 감독은 여전히 말을 아낀다. 하지만 15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1위? 9월에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매 경기 총력전보단 힘의 분배를 통해 조금씩 선두 삼성을 옥죄는 모양새다. 이러니 후유증이 적다. 반면 삼성은 매 경기 총력전을 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확실히 쫓긴다. 타선보다 궁극의 강점이었던 마운드가 흔들린다. 선발, 불펜 모두 예전의 삼성 마운드가 아니다.
▲ 삼성-LG 선두경쟁, 스토리가 있어 반갑다
16일 현재 삼성이 36경기, LG가 34경기를 남겨뒀다. 일전에 류중일 감독은 “30경기를 남기면 승부다”라고 했는데, 류 감독이 말한 그 승부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현 시점에서 4경기로 벌어진 두산이 삼성과 LG 양강을 깨부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김기태 감독도 끝까지 말 조심을 하고 있는데, 결국 1위 야심을 드러내는 순간이 올 것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1위 욕심을 안 내는 게 더 이상하다.
재미있는 건 두 팀이 서로를 의식하고 있으면서도 직접적으로 서로를 겨냥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구 출신의 류 감독, 광주 출신의 김 감독은 학연을 맺을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김 감독이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시절 류 감독과 절친한 관계를 맺었다. 류 감독은 선배, 그리고 코칭스태프에게 깍듯한 김 감독을 예뻐했다. 류 감독도 김 감독이 LG를 잘 만들었다고 칭찬한 적이 있다. 두 감독은 서로의 야구를 누구보다도 존중한다. 삼성과 LG가 깔끔한 승부를 펼칠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실제 두 팀은 지난해 트레이드 불문율도 깼다. 손주인과 현재윤은 LG에서 주전으로 도약했다. FA로 옮긴 정현욱도 맹활약 중이다. 삼성 출신선수들이 LG에서 고스란히 강호 DNA를 전파한 모양새. LG에서 삼성으로 옮긴 김태완, 정병곤도 백업으로 쏠쏠한 활약 중이다. 또 하나. LG는 지난 5월 23일 대구 삼성전서 권용관의 홈스틸 같은 야수선택으로 위닝시리즈를 챙긴 뒤 돌변했다. 이후 11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는 등 쭉쭉 치고 올라왔다. 당시 삼성 3연전을 계기로 약 3개월간 진격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그런 LG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두 팀의 선두경쟁은 이처럼 스토리가 풍부하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 역대 가장 치열한 선두경쟁 조짐
삼성과 LG가 30여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역대 가장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일 조짐이다. 아직 잠실에서 맞대결도 3경기 남아있다. LG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냐, 삼성은 뒷심을 발휘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잔여 맞대결 3경기서 한 팀이 3연승을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지금 두 팀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두 팀의 게임 차가 3~4경기 이상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결국 1~2게임 내에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의 주인이 결정될 수 있다는 소리다. 올 시즌 삼성과 LG의 정규시즌 우승 경쟁이 역대 최고의 치열한 선두싸움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최근 가장 치열했던 선두다툼은 2009년 KIA와 SK의 승부였다. 시즌 중반까지 선두를 지켰던 SK는 KIA의 여름 대반격에 선두를 내줬다. KIA는 독주체제를 갖추는 듯했으나 시즌 막판 SK가 무려 19연승을 내달리며 추격했다. 결국 KIA는 0.5경기 앞선 채 극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엔 무승부가 승률에 포함됐던 시즌. 올 시즌처럼 무승부를 빼버리면 승률은 오히려 SK가 앞선다. 단 1경기에 희비가 갈릴 정도로 2009년 선두경쟁은 치열했다.
이밖에 전, 후기리그가 통합 된 뒤엔 1.5경기 차로 LG를 밀어낸 1997년 해태, 2경기 차로 삼성을 밀어낸 2004년 현대 등이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올해 삼성과 LG도 이 역대 최고급 선두경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것 같다. 객관적 전력도 팽팽하다. 오히려 LG가 삼성보다 각종 기록은 낫다. 역대 최고급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삼성과 LG의 선두 쟁탈전이 본격화됐다.
[삼성-LG 맞대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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