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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MBC 주말 안방극장을 자극적인 설정으로 무장한 막장 드라마가 채우고 있다.
오랜 시간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주말드라마와 KBS 2TV '개그콘서트'의 견고한 벽에 막혀 부진에 빠져있던 MBC 주말드라마가 지난해 12월 종영한 '메이퀸'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밤 10시대 방송되는 MBC 주말드라마의 경우에는 시청률 20%를 기록한 '메이퀸' 이후 '백년의 유산'이 최고 시청률 30%대를 기록하며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후속작으로 편성된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이하 '스캔들')도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주말드라마와의 경쟁에서 선전 중이다.
오후 9시대 방송되는 주말드라마의 경우에도 극 중후반에 접어든 '금나와라 뚝딱'이 자체최고시청률 20%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얻으며 '개그콘서트'와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고 있다.
먼저 여주인공 천해주(한지혜)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과 고난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갔던 '메이퀸'은 마지막 순간 작품 내내 악인으로 여주인공과 대립해오던 장도현(이덕화)과 천해주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막을 내렸다.
이어 방송된 '백년의 유산'은 첫 회부터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시어머니라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문을 열었고, 이후 기억상실, 방화, 복수, 납치 등 끊임없는 자극적인 설정을 더하며 극의 성공과 별개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스캔들'의 경우에는 세련된 연출로 막장 논란에서 한 발 짝 벗어나있지만, 유괴범의 손에 자란 아들이 아버지라 생각했던 인물의 비밀을 알아간다는 설정과 주인공이 출생의 비밀을 모른 채 실제로는 이복누나인 여성과 계약연애를 시작한다는 설정 등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 지난 3월 종영한 '아들 녀석들'의 후반부를 보면 막장드라마로 시청률 반전을 노리겠다는 MBC의 의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실제 '아들 녀석들'은 방영 내내 5%를 밑도는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결국 중반 이후 극을 이끌던 작가는 교체됐고, 이후 드라마에는 여주인공 아들의 실제 아버지가 전 남편과 다른 사람이라는 설정이 등장하는 등 전체 흐름에 어긋나는 요소들이 가미됐다.
후속작인 '금나와라 뚝딱'에서는 노골적으로 어머니가 모두 다른 세 명의 이복형제, 쌍둥이 자매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남성 등을 소재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물론 현실을 극적인 장치로 그려내는 것이 드라마이기에 막장드라마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막장드라마들이 시청률로 성과를 내기 시작한 후 MBC 주말 안방극장에 훈훈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던 '내 마음이 들리니', 타임슬립물 '닥터진', 사극 '무신' 등을 편성하는 도전과 다양성은 사라졌다.
[MBC 주말드라마 '금나와라 뚝딱', '스캔들', '메이퀸', '백년의 유산' 포스터(위부터). 사진 = MBC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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