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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틈새 시장 공략한 닮은꼴 걸그룹, 韓-日 양국서 동반인기’
크레용팝은 요즘 그야말로 ‘대세’다.
‘직렬 5기통 춤’으로 물밑 인기를 얻어오던 이 걸그룹은 한 보수 커뮤니티에서 쓰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논란이 돼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인지도’를 얻은 크레용팝은 그 독특한 춤과 노래를 배경으로 그야말로 한국 가요계의 열풍이 됐다.
사실 크레용팝은 지난해 데뷔해 3장의 EP를 발표한 ‘뜨지 못한 걸그룹’이었다. 데뷔 EP의 타이틀곡 ‘세터데이 나잇’을 보면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크레용팝을 볼 수 있다. 당시 걸그룹들의 주된 장르인 일렉트로닉 댄스곡에 콘셉트 또한 복고풍이다. 이는 시크릿을 비롯해 티아라 등이 흔히 쓰던 모습이다.
대형 기획사 소속도, 다른 걸그룹과 별다른 차별성 없이 데뷔한 크레용팝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두 번째 발표한 EP 타이틀곡인 ‘댄싱퀸’은 뮤직비디오 조차 등록을 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묻힌’ 걸그룹이 될 뻔 했다.
이랬던 크레용팝이 기사회생한 것은 ‘빠빠빠’의 인기 덕분이다. 이들의 인기요인은 섹시와 노출만을 강조하는 현 가요계에 염증을 느낀 대중의 반향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헬멧을 쓰고 나오는 독특한 의상과 엉뚱하고 귀여운 춤과 노랫말이 틈새시장을 공략했고 그 틈새가 이제는 대세로 번진 것이다.
그런데 크레용팝이 들고나온 ‘빠빠빠’를 보면 생각나는 걸그룹이 있다. 일본의 대형 기획사 스타더스트 소속으로 지난 2009년 데뷔한 모모이로클로버Z라는 팀이다.
모모이로클로버Z는 기존 일본 걸그룹 판도를 뒤집은 팀이다. 모모이로클로버Z가 데뷔한 2009년 일본 가요계는 카라, 소녀시대 등 한국 걸그룹의 열풍에 AKB48을 제외한 이들은 힘을 쓰지 못하던 시기였다.
이런 가요계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콘셉트로 데뷔한 이들은 타겟을 대중이 아닌 중학생에 맞춰서 어린 학생들과 오타쿠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무대 의상 또한 파격적이다. 일본 회사원의 회식 복장, 해골 복장을 비롯해 최근에는 전대물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반짝이는 비닐 의상에 블루, 그린, 퍼플식으로 이름을 붙여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대중이 열광하고 흔히 콘셉트로 들고나오던 귀여움이나 섹시가 아닌 요즘말로 ‘병맛’, ‘엽기’ 콘셉트들 들고 나온 셈이다.
2013년에 ‘빠빠빠’로 콘셉트를 바꾼 크레용팝은 묘하게 모모이로클로버Z와 닮아 있다. 노래나 안무의 유사성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콘셉트나 틈새시장을 노리고 시작한 팀이 큰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닮아 있다.
이런 크레용팝이 인기를 얻고 유튜브 등을 통해서 소개되자 일본의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 가요계가 일본을 따라하기 시작했다”고 비아냥 섞인 의견을 전하고 있다.
기실 한국 가요계는 일본의 히트곡을 몰래 베끼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까지 정부에서 일본 문화의 수입을 강제로 막으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X-JAPAN이나 GLAY 등의 CD를 한국의 그것보다 수배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암매상을 통해 구입하곤 했다.
가요계에서는 90년대 후반 일본 음반 등의 수입이 가능해지면서 자칫 한국 가요계가 일본 가요계에 침식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보아로 시작해 동방신기와 신화를 거쳐 현재의 카라, 소녀시대 같은 걸그룹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오히려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크레용팝을 보고 일본인들은 이들이 모모이로클로버Z의 콘셉트를 차용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 네티즌 조차 두 팀의 유사성을 조목조목 올리면서 “표절은 아니지만 모방 수준이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K-POP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일본'의 그늘을 벗어났다는 평가를 얻던 한국 가요계에서 이 같은 논란은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물론 ‘누가 먼저냐’를 따질 문제는 아니다. 장르의 유사성이나 콘셉트를 가리자면 ‘걸그룹’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국내의 모든 걸그룹은 모닝구 무스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들을 넘을 수 있는 무엇을 개발해 카라나 소녀시대처럼 현지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으면 되는 문제다.
만약 크레용팝의 인기가 ‘빠빠빠’ 한 곡에 국한될 것인지, 아니면 ‘원조 병맛 걸그룹’이라 모모이로클로버Z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인 셈이다.
[크레용팝(위), 모모이로클로버Z.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유튜브캡쳐]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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