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격왕 경쟁, 대혼돈 속으로 들어갔다.
타격선두를 달리던 삼성 채태인이 어깨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채태인은 지난 17일 포항 넥센전서 문우람의 강습 타구를 수비하는 과정에서 왼쪽 어깨를 그라운드에 찧었다. 왼쪽 어깨 뼈에 금이 갔다. 3주간 휴식이 필요하다. 조동찬이 시즌 아웃된 삼성으로선 LG에 1위를 내준 상황에서 가장 큰 악재를 맞이했다.
채태인의 전력 이탈로 타격왕 경쟁에도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채태인은 21일 현재 308타석 270타수 96안타로 타율 0.356다. 96경기를 치른 삼성의 규정타석인 297타석을 넘어서서 당당히 선두 질주를 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종아리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된 전력이 있어 다른 선수들보다 타석 수가 많지 않다. 때문에 각종 타격순위 제도권에 뒤늦게 진입했다.
▲ 채태인, 이대로 생애 첫 타격왕 물거품 되나
삼성은 24일 부산 롯데전서 100경기째를 치른다. 이 경기를 마친 상황에서 삼성의 규정타석 수는 310타석이 돼 308타석의 채태인은 다시 장외로 내려가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 0.349의 타격 2위 손아섭(롯데), 0.332의 타격 3위 박용택(LG) 등이 무주공산이 되는 타격 1위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펼칠 전망이다.
일단 채태인에게 단 7리 뒤진 손아섭에게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 박용택과의 격차는 1푼7리. 제법 차이가 난다. 엄청난 부진과 엄청난 몰아치기가 겹치지 않는 한 손아섭이 당장 박용택에게 따라 잡힐 확률은 낮다. 때문에 손아섭이 특별한 슬럼프가 없는 한 이번 주말 타격 1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채태인의 복귀 시기다.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일단 3주는 쉬어야 하는데, 9월 중순에 돌아오더라도 정규시즌은 몇 경기 안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128경기를 치르는 올 시즌 규정타석 수는 396타석. 채태인으로선 언제 돌아오더라도 최소한 88타석을 채워야 제도권에 복귀할 수 있다는 부담이 생긴다. 산술적으로 하루에 4타석씩 들어간다고 치면 22경기는 뛰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삼성에 남은 경기가 단 32경기다. 채태인이 향후 10경기만에 회복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LG에 1위를 내준 삼성은 지금 개인타이틀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채태인 역시 이전부터 개인 타이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만 채태인이 타격만큼 1루 수비도 리그 최상위급이라 삼성만 전력 손실이 뼈 아플 뿐이다.
▲ 규정타석 채운 경쟁자들,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낼 때다
타격왕 경쟁 구도는 어떻게 흘러갈까. 현재 타격 10걸을 보면 이미 올 시즌 규정타석인 396타석을 넘어선 타자가 많다. 391타석의 타격 5위 최정(SK, 0.319)은 5타석만 채우면 되고, 335타석의 타격 7위 민병헌(두산, 0.318), 369타석의 타격 8위 이종욱(두산, 0.315), 364타석의 타격 9위 정성훈(LG, 0.315), 345타석의 타격 10위 박석민(삼성, 0.314) 등은 잔여 경기서 모두 주전으로 출전할 경우 제도권에서 벗어날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이종욱이 최근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이탈한 상태다.
결국 최종 30여 경기서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 0.320의 타격 4위 박병호(넥센)부터 10위 박석민까지 격차는 불과 6리.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박병호와 3위 박용택의 격차는 1푼2리다. 1~2경기서 좁혀질 격차는 아니다. 더구나 박용택도 손아섭에게 1푼7리 뒤져있다. 일단 손아섭이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다면 타격 3위 이하 선수들은 당장 선두권 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장외강자들,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있다
장외강자들도 남아있다. LG 이병규는 276타석 259타수 96안타 타율 0.371이다. LG에 남은 게임은 30경기. 120타석을 더 채우려면 앞으로 매일 4타석씩을 채워야 한다. 어쩌면 시즌 마지막 1~2경기를 남기고 극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해 타격왕이 될 수도 있다. LG 이진영도 289타석 254타수 89안타 타율 0.350이다. 역시 시즌 막판 제도권에 진입해 손아섭, 박용택 등과 치열한 접전을 벌일 수 있다.
이들이 혹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타격왕이 되는 방법도 있다. 야구규칙 10조 23항에 따르면 ‘필요 타석 수에 미달한 타자가 그 부족분을 타수로 가산하고도 최고의 타율, 장타율 및 출루율을 나타냈을 경우에는 그 타자에게 상을 수여한다’라고 돼 있다. 채태인의 경우 규정타석인 396타석을 채우지 못해도 시즌 아웃만 되지 않는다면 타격왕이 될 기회가 있다. 다만, 결장 경기가 많아질수록 범타로 계산할 타수가 늘어나면서 타율이 쭉쭉 떨어질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이병규와 이진영 역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도 타격왕이 될 방법이 남아있다.
메이저리그서도 1996년 토니 그윈(샌디에이고)이 타율 0.353으로 시즌을 마쳤다. 규정타석인 502타석에서 4타석이 부족했다. 그러나 4타수를 더해도 0.349가 되면서 0.344의 엘리스 벅스(콜로라도)를 제치고 타격왕에 올랐다. 물론 기록상 그윈의 1996년 타율은 0.349가 아닌 0.353였다.
[채태인(위), 손아섭(위에서 두번째), 박용택(위에서 세번째), 이병규(마지막). 사진 = 마이데이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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