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김진성 기자] 미리보는 프로농구였다.
21일 잠실학생체육관. 울산 모비스와 고려대의 프로아마최강전 준결승전이 열렸다. 모비스는 21일 8강전서 대학최강 경희대를 어렵게 물리치고 준결승전에 올라왔다. 반면 고려대는 파죽지세였다. 오리온스에 KT까지 거침 없었다. 고려대가 이번 대회서 언론과 팬들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면, 모비스는 조용히 프로 최강 면모를 과시해왔다. 그런 두 팀의 준결승전. 혈전이었다.
무엇보다도 관심이 가는 부분. 이미 탈 대학급 기량의 고려대 빅맨 이종현(206cm)과 외국인선수가 빠진 모비스 골밑을 책임지는 파워포워드 함지훈(198cm)의 맞대결이었다. 이건 미리보는 프로농구였다. 1학년 이종현이 아직 프로에 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KBL 입성은 시간문제. 함지훈 역시 농익은 테크닉으로 중무장한 수준급 빅맨. 흥미로웠다.
두 사람은 경기 초반부터 매치업했다. 함지훈이 확실히 애를 먹었다. 자신보다 8cm가 큰 이종현도 막다가 이승현도 막아야 했다. 그나마 이날 이승현이 4쿼터 직전까진 잠잠했기에 이종현을 막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종현은 마음 먹고 막는다고 제대로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종현은 이번 대회서 KBL 토종 빅맨들을 소위 농락해왔다.
이종현은 절대 높이를 앞세워 연이어 모비스 골밑 공격을 블록으로 차단했다. 본인 주변에 떨어지는 볼은 확실하게 걷어냈다. 발놀림과 풋워크는 좀 투박하지만, 힘을 바탕으로 함지훈을 몰아쳤다. 함지훈은 3쿼터 중반 파울트러블에 걸려 한동안 벤치에 앉아있어야 했다. 이종현은 특히 2쿼터에만 14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함지훈의 반격도 만만찮았다. 리바운드와 수비에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함지훈 특유의 현란한 풋워크로 이종현과 이승현의 기를 죽였다. 적어도 공격에선 큰 어려움은 없었다. 스크린을 타고 들어간 뒤 2대2로 공격을 마무리 하는 모습. 외곽으로 이종현을 끌어내 중거리슛을 성공하는 모습 등은 확실히 대학 레벨과는 차원이 다른 테크닉이었다. 아직 조직적인 수비역량이 부족한 이종현은 함지훈을 막는 데 애를 먹었다.
천대현이 4쿼터 초반 5반칙으로 물러났다. 함지훈이 다시 코트에 나왔다. 진검승부였다. 이종현은 함지훈을 상대로 자신있게 공격을 시도했다. 함지훈도 파울을 하지 않고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2~3점 차에서 4쿼터 막판. 40여초 전 1점 앞선 고려대 이종현이 패스 미스를 범했다. 하지만, 모비스 문태영의 사이드슛 실패를 걷어냈다. 결국 9초를 남긴 마지막 공격. 이종현은 1점 뒤진 상황에서 이승현과 함께 모비스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이종현은 역시 힘과 높이를 갖춘 대형 센터다. 대학이 문제가 아니다. 프로에 와도 통한다는 걸 이번 대회서 입증했다. 함지훈 역시 체격에선 밀리지만, 노련미에선 역시 한 수 위였다.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두 빅맨. 결과적으로 40분 풀타임을 뛰면서 27점 21리바운드를 기록한 이종현의 판정승이었다. 함지훈은 30분 19초 동안 18점 2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리 프로농구를 감상했다는 점에서 잠실학생체육관에 모인 팬들이 진정한 승자였다.
[이종현을 상대로 공격하는 함지훈. 사진 = 잠실학생체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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