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나더라고.”
두산 데릭 핸킨스. 개럿 올슨의 대체 외국인투수로 입단해 곧바로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됐다. 지금까진 썩 좋지 않다. 1승 2패 평균자책점 6.58. 8월 15일 광주 KIA전서 7이닝 무실점하면서 한국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승리를 따냈으나 20일 잠실 NC전서 5이닝 10피안타 6실점으로 또 다시 뭇매를 맞았다.
김진욱 감독은 25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핸킨스가 슬라이더가 괜찮은데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빗나가더라. 스트라이크로 잡아줘도 되고 안 잡아줘도 되는 코스인데 살짝 벗어난다”라고 했다. 스트라이크 콜이 들어오면 당연히 투수 입장에선 경기를 운영하기가 쉽다. 김 감독은 어떻게든 핸킨스의 슬라이더를 살려주고 싶었다. 김 감독이 꺼낸 해법은 투구판 밟는 위치를 바꾸는 것이었다.
핸킨스는 이제까지 1루쪽 투구판을 밟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서는 3루쪽 투구판을 밟았다. 반발 정도 오른쪽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좀 더 파고들 수 있다. 김 감독은 “이제까진 바깥쪽 끝으로 지나갔는데 투구판을 오른쪽으로 바꾸면 좀 더 몸쪽으로 파고들 게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핸킨스는 1회 흔들렸다. 선두타자 고동진에게 좌전안타를 내줘 2사 3루 위기를 맞이했다. 최진행에게 볼넷을 내준 뒤 송광민 타석에서 와일드피치를 범해 허무하게 실점했다. 송광민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은 데 이어 강동우에게 우익수 키를 넘는 1타점 3루타를 맞아 1회에만 3점을 내줬다. 투구판 밟는 위치를 바꾸면서 투구 밸런스에 미묘하게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2회부턴 살아났다. 2회 2사 후 고동진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한상훈을 2루 땅볼로 돌려세워 실점하지 않았다. 3회엔 2사 후 송광민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으나 강동우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4회엔 이대수, 정현석, 엄태용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5회에도 1사 후 한상훈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으나 이양기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경기 초반 변화구 비중이 높았으나 중반 이후 직구 위주로 빠른 승부를 했다.
핸킨스는 6회 최진행, 송광민, 강동우를 또 다시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그러나 7회 선두타자 이대수를 몸에 맞는 볼을 내보내면서 흔들렸다. 정현석을 삼진으로 처리했으나 엄태용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았다. 결국 김진욱 감독은 좌타자 고동진 타석에 왼손투수 유희관을 집어넣었다. 핸킨스가 불안했다기보단 확실한 승부수를 띄운 것. 유희관이 고동진을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핸킨스의 실점은 더 이상 불어나지 않았다.
이날 기록은 6⅓이닝 6피안타 3탈삼진 2볼넷 3실점. 직구는 28개 구사해 최고구속 145km가 나왔다. 커브는 125km까지 떨어졌고 슬라이더 18개, 체인지업 14개를 섞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종으로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 구사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다. 오히려 142km까지 찍힌 투심의 비중이 23개로 가장 높았다. 커브는 6개로 보여주는 수준. 비록 패전투수가 됐으나 한국 데뷔 두번째 퀼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투구판 밟는 위치 변화가 직접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 이날 핸킨스는 경기 중반 이후 슬라이더 빈도를 낮췄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기 초반 제구 난조로 고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구판 밟는 위치 변화로 자신의 무기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 이날 변화는 의미가 있었다. 비록 두산은 승리를 따내지 못했으나 핸킨스 개인적으로는 의미있는 경기였다.
[핸킨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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