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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태경 인턴기자] '시트콤 거장' 김병욱 PD가 케이블 방송에서 새 날개를 달았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케이블채널 tvN 새 시트콤 '감자별2013QR3'(이하 '감자별')의 연출을 맡은 김병욱 PD와 만났다.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로 유명한 김 PD는 오는 9월 23일 tvN에서 새 시트콤 '감자별'을 선보인다. 2013년 어느 날 지구로 날아온 의문의 행성 '감자별' 때문에 벌어지는 노씨 일가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은 일일 시트콤으로 '하이킥' 시리즈의 제작진이 다시 한번 뭉쳤다.
김 PD의 지난 작품들에 출연했던 배우 이순재, 노주현, 금보라, 줄리엔강을 비롯해 여진구, 하연수, 고경표, 서예지, 김정민, 최송현, 오영실, 김광규, 장기하, 김단율, 정준원 등이 출연한다. 김 PD는 지난해 3월 종방한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 이후 1년 6개월 만에 다시 시트콤으로 돌아왔다. 김 PD는 이번 '감자별'에선 시트콤 특유의 웃음을 살리겠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김병욱 PD와 주고받은 일문일답.
-새 작품 '감자별'에 임하는 각오
'하이킥' 시리즈를 통해 "우울한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 "드라마병 걸렸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정치 의식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올바른 것을 전달하자'라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심오한 내용도 담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 부분을 많이 반성했고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감자별'은 전작인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같이 시청자들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
-'하이킥'에서 미스터리한 요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번 '감자별'은?
이전에 했던 '하이킥'의 요소들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가볍게 웃을 수 있는 내용에 치중하되, '하이킥'에서 볼 수 있었던 미스터리나 멜로 등도 함께 다룰 예정이다.
-이순재, 노주현과 같이 이전에 함께 작업한 배우들에 대한 생각은?
같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과 다시 작업할 때 좋은 점은 대본을 만들기 쉽다는 점이다. 이 분이 이 대사를 어떻게 표현하실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편하다. 실제로 대본 리딩 때 이순재, 노주현 선생님이 정말 재미있게 대사를 살렸다.
-이순재가 출연 제의를 흔쾌히 받아 들였나?
앞서 '하이킥3'에서는 이순재 선생님을 섭외하지 않았다. 청춘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때 당시 이순재 선생님께서 섭섭해하셨다. 선생님이 '하이킥3' 촬영을 위해 스케줄을 미리 비워놓고 계셨다더라. 선생님께 이번에는 배역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무척 아쉬워하셨다. 하지만 워낙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시기 때문에 이번에 출연 부탁을 드렸을 때 흔쾌히 받아 주셨다.
-작품 끝날 때 마다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또 시트콤으로 복귀한 이유는?
사실 드라마와 시트콤의 경계가 분명하게 나눠져 있는 것 같지 않다. 드라마를 만들어도 지금 스타일 그대로 만들 것이다. 이번에 시트콤을 하게 된 이유는 애초에 계약할 때 120부작을 하기로 했었기 때문에, 120회라는 긴 분량에 시트콤 장르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시트콤이 흥행한 경우가 드물다. 부담감은 없나?
시트콤은 성공하기 매우 힘든 장르다. 캐릭터들이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개성이 뚜렷해야되기 때문에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 시트콤에서 다룬 소재들과 겹치지 않게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많다.
-하연수와 서예지는 어떤 이유로 캐스팅했나?
작품보다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의 느낌을 중요시 한다. 하연수와 서예지 모두 길들여지지 않은 느낌이 좋았다. 둘 다 연기를 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없었고 '날 것'의 느낌이었다. 하연수의 경우 눈빛이 좋았다. 배우의 눈빛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사람 같은 눈빛이었다. 하연수를 만났을 때, 대본을 주면서 "빨리 결정해라"고 말했다. 바로 뒤에 김은숙 작가와 미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빨리 뺏어야겠다 싶어 출연을 재촉했다. 다행히 본인도 좋아해서 함께하게 됐다.
내 작품은 대사가 거친 편이다. 그래서 MBC에 있을 때는 매일이 심의실과의 싸움이었다. 조금이라도 더러운 느낌을 주는 단어는 쓰지 못했다. 하다못해 '지랄' 이라는 말도 못 썼다. 별 것 아니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느낌을 주는 단어를 고수하는 편이다. 케이블에서는 어떤 대사를 해도 제제가 없다. 시청률의 영향을 조금 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많은 시청자들 보다는 '열렬한 시청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케이블은 지상파와 달리 한 번 세트를 설치하면 부수지 않고 그대로 가기 때문에 마치 우리 집 같은 느낌이 들어 몰입하기 좋다.
-작품마다 '화장실 유머'가 등장한다. 거기에 특별한 애착이 있는 것인가?
이번에도 똥 싸는 이야기가 많다. '화장실 유머'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지상파에서는 더럽다는 이유로 제제당한 적이 많았다. 지상파에서 벗어난 기념은 해야겠다 싶어 그동안 쌓였던 더러운 내용의 에피소드들을 마음껏 터뜨렸다.
-'하이킥3'의 이적에 이어 이번에는 가수인 장기하를 캐스팅한 이유는?
이적과 함께 작품을 하면서 음악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번에 장기하도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사실 '하이킥3'에서 이적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장기하가 직접 찾아 온 적이 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힐링캠프'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이번 '감자별'을 앞두고 장기하가 "연기 수업을 받아야 할까요"라고 묻기에 받지 말고 원래 모습 그대로 하라고 말했다.
-극 중 여진구가 24세로 나온다. 불만은 없었나?
평소 워낙 좋아한 배우였기 때문에 캐릭터 정하기 전에 미리 캐스팅했었다. (여진구는) 캐릭터를 포함한 모든 것을 우리에게 믿고 맡겼다. 이후 캐릭터가 정해졌을 때도 불만을 표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하연수와 투샷을 찍어봤는데 하연수가 더 어려 보였다. (24세로 보일지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웃으면 즐길 수 있는 시트콤'에 치중했다고 했는데, 시청자들이 '감자별'을 볼 때 정말 가볍게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건가
작품 할 때 마다 복선을 깔고 간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코믹하게 꾸며도 마냥 재밌게만 보지는 않을 것 같다. '하이킥' 때도 엔딩으로 욕을 많이 먹었었다. 보통의 시트콤들이 웃으면서 끝난다면 우리는 조금 다르게 끝내고 싶었다. 우리처럼 이런 드라마도 있어야 드라마 장르의 균형이 맞을 거라 생각했다. 그 부분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우울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 말은 항상 누군가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그게 좀 억울하기도 하다. 사실 나는 그런 (우울한) 부분만 파고드는 사람이 아니다. 저에게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전파하려고 한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런 생각으로 시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시트콤처럼 가벼운 장르를 다루는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tvN 새 시트콤 '감자별2013QR3'의 김병욱 PD. 사진 = CJ E&M 제공]
남태경 기자 tknam1106@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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