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실책.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늘어났다.
28일 인천에선 실책 하나로 승부가 갈렸다. 3-3 동점에서 9회말 SK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박정권이 빗맞은 2루 땅볼을 날렸다. 타구 속도가 느려 아웃 처리하기 쉽지 않았던 상황. 한화 2루수 이학준의 1루 송구가 악송구가 돼 SK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무사 2루. 결국 한화는 1사 만루 위기에서 박진만에게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내줘 패배했다. 실책 하나가 팽팽한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같은 날 대구에서도 실책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1-0이던 앞선 NC의 3회초 무사 1,2루 찬스. 김종호의 3루 땅볼에 김상수의 실책이 나왔다. 이후엔 투수 릭 벤덴헐크의 송구 실책까지 겹쳐 2점을 내줬다. NC가 경기 후반 편안하게 대량 득점한 것도 경기 초반 상대 실책으로 흐름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실책은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지닌다.
▲ 경기당 1.2실책에서 1.3실책으로
지난해 정규시즌 532경기서 총 622개의 실책이 나왔다. 경기당 1.2실책. 그러나 올 시즌엔 29일 현재 455경기서 584개의 실책이 나왔다. 경기당 1.3실책이다. 시즌 초반 쏟아졌던 것에 비하면 잦아들었으나, 올 시즌 실책은 순위다툼을 가르는 하나의 변수가 됐다. 대부분 팀이 지난해보다 올해 실책이 늘어났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분명 실책은 늘어났다.
올 시즌 실책이 가장 적은 팀은 두산이다. 51실책을 범했다. 경기당 0.495개로 지난해 최소실책을 기록한 SK의 경기당 0.47실책보다 많다. 지난해 경기당 0.59개의 실책을 범한 두산이 올해 0.495개의 실책을, 지난해 경기당 0.72개의 실책을 범한 LG가 올해 0.63개의 실책을 범했다. 지난해 경기당 0.66개의 실책을 범한 KIA도 올해 0.53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세 팀과 신생구단 NC를 제외한 나머지 5팀은 지난해보다 올해 실책이 증가했다. 삼성이 경기당 0.5개에서 0.63개, 한화가 경기당 0.55개에서 0.551개, SK가 경기당 0.47개에서 0.63개, 넥센이 경기당 0.59개에서 0.81개, 롯데가 경기당 0.62개에서 0.79개로 늘어났다.
확실히 실책은 경기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최근 몇 년간 끊임없이 하향 평준화 논란이 나오는 것도 실책 증가와 연관관계가 있다. 실책이 줄어들어야 경기가 깔끔해진다. 지난해 연장전을 포함한 평균 경기시간이 3시간 6분이었는데, 올 시즌엔 3시간 22분이다. 여기엔 지난해보다 실책이 증가한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 타격 커리어하이 최정, 실책도 가장 많다
올 시즌 10개 이상의 실책을 범한 선수는 총 8명이다. 29일 현재 가장 많은 실책을 기록한 선수는 SK 최정이다. 최정은 올 시즌 타격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으나 유독 실책이 많다. 17실책으로 리그 최다실책자. 3루수비가 국내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났으나 올 시즌엔 잔실수도 종종 눈에 띈다.
그 뒤로 16개의 황재균(롯데), 15개의 오지환(LG), 13개의 김상수(삼성), 12개의 강정호(넥센), 정성훈(LG), 11개의 모창민(NC), 10개의 김민성(넥센) 순이다. 모두 수비부담이 큰 내야수다. 참고로 지난해엔 총 12명이 10개 이상의 실책을 기록했다. 25개의 오지환이 실책 타이틀을 떠안았다. 오지환은 올 시즌에도 최다실책 3위지만, 작년에 비하면 확실히 안정감이 생겼다. 그 외에 김상수, 강정호, 황재균 등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실책이 적지 않은 편이다.
▲ 한 박자 빠른 수비보단 안정적인 수비
현장에선 실책도 모두 같은 실책으로 취급하진 않는다. 범해선 안 될 실책이 있고, 경기를 하다 보면 나올 수 있는 실책이 있다고 한다. 지방구단의 한 수비코치는 “흔히 말하는 적극적인 수비를 하다가 나온 실책은 어느정도 용인이 된다”라고 했다. 코치는 “걷어내기 힘든 타구를 걷어내다가 범한 실책, 불규칙 바운드가 되는 공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다가 생긴 실책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하지만, 코치는 “적극적인 수비, 한 박자 빠른 수비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정적인 수비”라고 강조했다.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어쨌든 평범한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송구와 포구 에러, 외야수들의 소위 말하는 ‘알까기’ 등은 경기 흐름을 넘겨주는 주범이다. 한 차례 실책이 나온 뒤 주변 동료들도 차례대로 흔들리는 ‘실책 바이러스 전염’역시 가장 좋지 않다. 그 어느 시즌보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올 시즌 순위싸움. 실책 하나가 올 시즌 농사 결과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실책 장면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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