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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마음의 준비를 해야죠.”
손연재(19, 연세대)를 1일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굉장히 피곤한 표정이었다. 살은 더 빠졌다. 목소리가 갈라져서 말을 이어가는 게 힘겨워 보였다. 아직 감기가 낫지 않은 듯했다. 손연재가 그동안 얼마나 혹독한 스케줄을 소화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그녀는 올 시즌 최대 목표였던 세계선수권 결산 인터뷰에서 “후회없다”라고 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준비과정만큼은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더구나 코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최악이었음에도 몸을 잘 추슬렀다. 종목별 결선서는 메달을 따내는 데 실패했지만, 개인종합 결선서는 5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그래도 왜 아쉽지 않으랴. 손연재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내심 아쉬움이 많은 대회인 듯했다. “대회 준비하면서 계속 컨디션이 좋다가 당일에 갑자기…”라며 말 끝을 얼버무렸다. 그래도 더 이상의 핑계는 대지 않았다.
사실 정말 아쉬운 건 연기 그 자체에 있었다.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야나 쿠드랍체바(러시아),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멜라티나 스타니우타(벨로루시) 등에 비해 프로그램 난도가 낮았다. 손연재도 많이 올린다고 올렸고, 바뀐 채점 규정에 맞춰 혹독하게 훈련에 임했다. 물도 안 먹고 훈련을 했다는 그녀다. 하지만, 큰 실수가 없었음에도 결과는 5위였다.
물론 이 성적은 굉장히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팬들의 눈은 높아졌다. 그리고 선수의 목표는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 유럽 톱클래스 선수들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손연재에게 물었다. “프로그램 난도를 더 높일 생각이 있느냐고.”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제까진 밑에서 올라가는 것이라 수월했다. 하지만, 지금은 0.001점을 올리는 게 쉽지는 않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앞으로 2~3배 더 힘들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손연재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고 했다. 여기엔 프로그램 난도를 비롯한 프로그램에 대한 구상도 분명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손연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내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대회였다. 이번 대회 준비가 다른 대회준비보다 더 힘들었다”라면서도 “앞으로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마음의 준비를 하겠다”라고 독기를 품었다.
손연재는 아시아 라이벌이 된 덩센유에(중국)을 비롯해 성장 중인 경쟁자들의 행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별 다른 방법이 없다. 살 쪽 빠지고,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갈라져도 자신을 더 혹독하게 다루는 수밖에 없다. 그게 세계정상급 틈바구니에 들어선 손연재의 숙명이다. 손연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10월 전국체전을 준비한다.
[손연재. 사진 = 인천공항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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