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본 인터뷰에는 영화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숨바꼭질'(감독 허정)은 문정희를 빼 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이다.
사실 영화의 재미를 위해 첫 단독 주연에 나선 배우 손현주가 전면에 나서긴 했지만 '숨바꼭질'을 보고 난 후 문정희의 존재감은 상상 이상이다. 이런 열연임에도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채 홍보 활동을 소화한 문정희가 안쓰러울 정도다.
이에 '숨바꼭질'의 개봉 4주차를 맞은 시점에서 속 시원히 털어 놓기로 했다. '숨바꼭질'의 문정희를 까발려주마.
문정희는 '숨바꼭질'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또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출연한다. 버짐이 핀 얼굴로 말을 더듬으며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주희도 문정희다. 또 헬멧을 쓴 채로 온갖 육탄전을 불사하는 범인 역시 문정희다. 문정희는 헬멧을 쓴 남성적 느낌의 범인을 연기하기 위해 직접 몸을 던지는 연기 투혼을 발산했다.
문정희는 '숨바꼭질' 개봉 전 마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실 내가 손현주 오빠보다 비중이 많다. 비밀의 방에 가서야 (내가 범인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헬멧을 쓴 채 연기한 사람도) 거의 다 나다. 큰 옷을 입고 액션을 했다. 남자처럼 행동했고, 실제 남자와 남자로서 싸웠다. 그렇게 연기해야 맞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어떻게 남자를 제압해' 이런 소리를 듣기 싫었다. 내가 만약 주희 같은 상황이었으면 남자를 제압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압하느냐 못 하느냐는 집착하는 에너지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범인의) 정체를 숨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생각했던 것이 남자처럼 연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뛰거나 공격을 할 때도 과감히 했다"고 밝혔다.
몸을 사라지 않는 연기에 자연히 부상도 뒤따랐다. 촬영 중 발톱이 빠졌고, 손현주를 비롯한 영화 관계자들이 이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 건 이미 유명한 일화다. 개봉 전 인터뷰를 진행했을 당시에도 문정희의 발톱은 다 낫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발톱은 아무 것도 아니다. 늘 멍을 달고 살았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혹시라도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주희 역에 대해) 상상을 할까봐 다쳤다고 말도 못했다. 집에서도 '무슨 역을 하기에 이렇게까지 다치냐'고 하더라. 얘기하자면 사연이 길어지니까 말을 못했다. 멍 때문에 무릎도 새까맸다. 파란 멍이 없을 정도였다. 다 새까맸다. 아대를 해도 멍이 들어 새까맣게 되더라. 그래도 큰 부상이 없어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런 문정희의 열연은 영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현주와 밀리지 않는 몸싸움을 펼치고, 범인이 돼 서슴없이 희생자에게 위해를 가하며,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그의 달리는 모습을 본 손현주가 말처럼 뛴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문정희는 "말처럼 뛴다니 나한테는 칭찬이었다. 헬멧을 벗었을 때 위협적이고 강한 느낌들이 주희에 그대로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말처럼 뛰어야 했다. 연습을 하느라 하루에 9km씩 뛰기도 했다. 계속 뛰었고 연습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행동에만 신경을 쓴 것은 아니다. 문정희는 얼굴 근육 하나하나까지 연기하게끔 만들었다. 주희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외형적 변화를 꾀했던 것. 그 중 하나가 얼굴의 비대칭이다. 왼쪽과 오른쪽의 얼굴 표정을 달리 함으로써 주희가 느끼는 불안, 공포, 집착, 주희가 주는 특유의 느낌 등을 표현해 냈다.
문정희는 "잘 보면 얼굴 표정도 비대칭이다. 눈도 하나를 찌그러트리는 등 그런 부분들이 있다. 멀쩡하게 생겼지만 뭔가 자격지심이 많은 사람이라 하나씩 심지를 넣었다. 칼을 하나 넣고 이 때는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극대화가 됐을 때 어느 정도까지 표현이 될까를 많이 계산했다. 이렇게 폭발해 본 적이 처음이었다. 그런 상황이 되니까 이렇게 표현이 되더라"라고 설명했다.
'숨바꼭질'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지며 새로운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은 문정희는 개봉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게 될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유독 궁금해 했다. 인고의 심정으로 탄생시킨 주희의 모습이 영화를 본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혹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았을지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
그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내가 잘 한 건가. 과하지 않았을까. 미흡함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오버한 것이 아닐까 등 여러 생각이 있었다. 내가 했던 계산들이 잘 보일까도 궁금하다. 내 나름대로 치밀했다고 생각하며 감독과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안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런 기대는 관객들의 사랑으로 돌아왔다.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가쁜 사투를 그린 영화 '숨바꼭질'은 개봉 19일 만에 500만 관객들 돌파, '살인의 추억'에 이어 역대 스릴러 영화 TOP2 자리를 꿰차며 흥행 순항 중이다.
[배우 문정희.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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