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LG 트윈스의 상위권 도약의 원동력이 됐던 불펜이 위기를 맞았다. LG는 지난 3일 잠실 SK전에서 8회까지 3-2로 앞서고 있었으나 9회초 등판한 이동현과 봉중근이 SK 뒷심을 막아내지 못해 3-4로 역전패했다.
믿었던 불펜이 리드를 지켜주지 못하며 LG의 1위 탈환도 다음으로 미뤄졌다. 이날 선두 삼성이 KIA에 패하며 LG는 선두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경기 내내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다가 막판에 뒤집어지며 단독 선두에 오를 수 있는 호기를 놓쳤다.
LG에게 이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이었다. 선발 맞대결에서도 레다메스 리즈가 크리스 세든에게 밀리지 않았지만, 불펜의 필승조였던 이동현이 희생번트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냈을 뿐 피안타 2개로 위기를 자초했다. 봉중근은 실점이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안치용에게 역전 결승타를 허용했다.
전혀 예견되지 않은 위기는 아니었다. 전날 경기를 포함 55경기에서 60⅔이닝을 던진 이동현은 7월부터 피안타율이 급격히 치솟으며 과부하에 걸린 듯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이동현의 7월 피안타율은 .323였고, 8월에는 .328로 조금 더 나빠졌다.
봉중근 또한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 기록상으로는 무실점이 이어지고 있지만, 봉중근은 왼쪽 옆구리 근육통을 호소한 바 있다. 전날 경기에서 9회초에 곧바로 등판하지 않고 1사 2, 3루가 되자 마운드에 오른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LG로서는 봉중근을 아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가 역전을 허용한 경기에서도 희망은 있었다. 바로 유원상이었다. 유원상은 8회초에 등판해 공 13개로 1이닝을 삼자범퇴 시키고 홀드를 따냈다. 3개 모두 좌익수 플라이였고, 잘 맞은 타구도 있었지만 그리 많은 공을 던지지 않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끊어줬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를 둘 수 있었다.
사실 유원상은 지난해에 비해 기대 이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이후 지난해와 같은 컨디션으로 시즌에 들어가지 못한 유원상은 7월까지 계속 좋지 못했고, 긴 기간을 퓨처스리그에서 보냈다. 정현욱과 이동현이 시즌 초부터 많은 경기에 계속 투입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유원상이 지난해와 같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8월 이후에는 다른 모습이다. 유원상은 8월 8경기에서 10⅔이닝을 던지며 단 2점만 내줬다. 그 2점은 지난달 22일 문학 SK전에 1이닝을 던지는 과정에서 나왔고, 나머지 7경기에서는 상대 타선에 1점도 내주지 않았다.
피로도 면에서는 이미 1군에서 많이 던졌을 선수들과 달리 이점이 있는 유원상은 팀이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보탬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맞이했다. 1군에 없는 동안 실전보다는 내전근 재활에 전념하고 실전 등판을 위한 몸을 만드는 데 주력했던 유원상은 퓨처스리그에서도 11경기에 나서 11⅓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다.
3일 경기에서도 드러났듯 LG는 불펜에 새로운 힘을 충전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채워줄 수 있는 선수가 유원상이다. 매년 가을에 힘을 내며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던 유원상은 정작 가을야구 무대에는 설 기회(한화 시절이던 2007년 이후 없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기회가 왔다. 다만 팀 불펜의 힘이 다소 떨어져 있고, 이를 보완해줄 누군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LG 불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이 바로 유원상이 활약해줘야 할 타이밍이다.
[유원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