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스나이퍼' 장성호(롯데 자이언츠)는 가을 야구를 위한 필수 옵션이다.
장성호의 한 방에 롯데의 4강 희망도 살아났다. 5위 롯데는 4일 목동 넥센전서 9회초 터진 장성호의 쐐기타를 더해 5-4 한 점 차로 승리했다. 4위 넥센과의 승차는 2.5경기 차. 희망이 있다. 베테랑으로서 정말 필요할 때 한 건 했다.
사실 장성호는 올 시즌 내내 마음껏 웃지 못했다. 시즌 시작 전 대졸 신인 투수 송창현(한화)과의 맞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는 그가 FA로 이적한 김주찬(KIA), 홍성흔(두산)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장성호는 구단 납회식에도 참석하며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자 했다.
하지만 방망이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았다. 초반 26경기에서 타율 2할 4푼 1리 1홈런 9타점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장딴지 부상까지 겹쳐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후 약 3주간의 재활과 실전 감각 회복을 거친 그는 6월 5일 KIA전서 복귀전을 치렀다.
그런데 아뿔싸. 복귀 첫날부터 일이 꼬였다. 4회말 KIA 서재응의 견제 때 귀루하는 과정에서 왼 팔꿈치를 다쳤다. 경기 후 통증이 심해 병원 검진 결과 팔꿈치 염좌. 다음날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복귀 첫날 4타수 2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보였기에 아쉬움이 더했다. 결국 26일 만인 지난 7월 2일에야 1군에 재합류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 장성호가 1군에서 소화한 경기는 단 27경기뿐이었다.
다행히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그는 7월 16경기에서 2홈런 10타점을 올렸지만 타율이 2할 1푼 8리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19경기에서는 타율 2할 6푼 4리 1홈런 5타점으로 회복 조짐을 보였다. 7월 한 달간 7승 11패로 부진했던 팀도 8월 이후 11승 1무 11패, 정확히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주로 6~7번으로 나섰을 때 감이 좋았다. 올해 장성호는 6번 타순에서 타율 2할 8푼 9리(45타수 13안타), 7번에서 3할 6푼 4리(33타수 12안타)를 기록했는데, 부담 때문인지 5번에서는 2할 4푼 1리(87타수 1안타)로 좋지 않았다. 4번 타순에서는 23타수 2안타로 침묵했다. 그와 어울리는 자리는 분명 중심타선이었는데 말이다.
3일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4번째 타석까지 출루조차 하지 못했다. 올해 중심타선에서 약했던 징크스(타율 .195)가 이날도 발목을 잡는 듯했다. 그러나 결정적일 때 그의 방망이가 돌았다.
'스나이퍼' 다웠다. 롯데는 4-2로 앞선 9회초 1사 1, 2루서 4번 전준우가 초구 1루수 파울플라이로 힘없이 물러났다. 장성호의 타격감을 봤을 때 뭔가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베테랑답게 해냈다. 넥센 이정훈의 2구를 받아쳐 깨끗한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2루 주자 황재균이 홈을 밟았다. 장성호의 쐐기 타점. 1루에 나간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올해 장성호의 득점권 성적(타율 .290, 62타수 18안타 3홈런 24타점)과 주자 1, 2루시 성적(.421 2홈런 12타점)은 괜찮았다. 어찌 보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장성호는 깔끔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김시진 롯데 감독도 "9회 1점이 정말 컸다"고 승리 요인을 전했다.
1996년 프로에 첫발을 내디딘 장성호는 '해태 왕조' 시절 우승을 경험했고, 한화에서 뛴 지난 3년간은 팀과 개인 성적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 프로 18시즌 동안 달콤한 꿀과 쓰디쓴 약 모두 맛봤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 축적된 노하우와 돈 주고도 못살 경험치는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롯데로선 장성호의 존재만으로도 승부처에서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그가 4강행을 위한 필수 옵션인 이유다.
[3일 넥센전서 쐐기타를 터트린 롯데 자이언츠 장성호(왼쪽).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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