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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말많던 영화 '스파이'(감독 이승준, 제작 JK필름, 배급 CJ 엔터테인먼트)가 관객들과 만났다. 처음 이명세 감독의 '미스터K'로 시작한 이 작품은 이명세 감독이 하차했고, 제목도 '협상종결자'로 변경했다. 최종적으로 '스파이'라는 제목으로 5일 개봉됐다.
우여곡절 속에 공개된 '스파이'는 가벼운 오락 영화다. 자잘하게 무거운 문제가 가미돼 있긴 하지만 깊게 들어가진 않는다. 영화의 초점은 국내 최고의 스파이 철수(설경구)의 활약과 평범한 대한민국의 아내 영희(문소리)의 이야기다.
평범한 직장인인 척 하는 철수는 사실 비밀스러운 임무를 수행하는 스파이다. 밤낮 할 것 없이 출장을 다니는 철수 탓에 스튜어디스인 아내 영희는 독수공방하기 일쑤. 어김없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찾은 태국에서 철수는 영희를 만나게 되고 그때부터 철수의 임무 수행에는 먹구름이 드리운다.
'스파이'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인물들의 상황에서 오는 가벼운 웃음이다. 코믹 영화지만, 배우들은 그렇다할 개그를 펼치진 않는다. 그저 죽을 만큼 심각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웃음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지배한다.
가장 큰 웃음을 주는 배우는 다름 아닌 문소리. 데뷔 이례 최초로 코믹에 도전한 문소리는 구르고 넘어지고 울고 웃고, 모든 감정을 이용해 코믹 본능을 발산했다. "여배우가 이렇게까지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망가진 문소리는 언론 시사회에서 "나도 저렇게까지 망가질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
이와 함께 라미란은 진지한 상황 속에서 큰 웃음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로맨틱한 의문의 인물 라이언(다니엘 헤니)을 보고 "제가 잡아 오겠습니다"라는 대사뿐만 아니라 무심한 표정으로 툭툭 던지는 라미란은 '스파이' 속 진정한 신스틸러다.
그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배우들의 캐미다. 설경구와 문소리는 영화 '박하사탕'(1999)과 '오아시스'(2002)에 이어 '스파이'를 통해 세 번째로 연기호흡을 맞췄다. 촬영에 앞서 별다른 대화가 없어도,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인 두 사람의 시너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빛을 발했다.
여기에 스파이 동료(?)인 고창석과 설경구, 라미란은 최강 코믹 콤비로서 큰 활약을 펼쳤다. 고창석과 설경구는 별다른 대화 없이 표정만으로도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처럼 '스파이'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믹 장르에 충실한 작품이다. 다소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인 설정, 원초적인 웃음도 있지만, 가볍게 즐기는 영화로 만들어진 '스파이'라면 애교로 넘길만한 부분이다.
[영화 '스파이' 포스터, 스틸컷.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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