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고의든 아니든 본인의 실수로 다친 사람 앞에서 기뻐한다면 보는 이들의 시선은 어떨까.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래다메스 리즈가 사구 직후 세리머니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LG와 삼성의 혈전이 벌어진 8일 잠실구장. 6회초 무사 1루서 삼성 배영섭이 타석에 섰다. 그는 리즈의 4구째 152km 강속구에 헬멧을 강타당했다. 피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그는 경기장에 들어온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란다.
이후가 문제였다. 리즈는 후속타자 정형식과 박한이, 최형우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무사 1, 2루 실점 위기를 넘겼다. 극적인 위기 탈출. 리즈는 펄쩍 뛰며 환호했다. 격한 세리머니였다. 평소 같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상대팀 선수가 자신의 공 하나에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다. 삼성 입장에서는 자극받기에 충분한 행동이었다. 냉혹한 승부에서 상대 입장을 봐 줄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아쉬웠다.
이어진 7회초에는 삼성 박석민에게도 몸 맞는 공을 던졌다. 박석민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리즈는 손을 들어 고의가 아니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럼에도 단단히 뿔난 삼성 팬들은 "내려가라"며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박근영 구심에 경고를 받은 리즈는 이동현과 교체됐다. 그런데 리즈는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였다. 의도야 어찌 됐건 삼성 선수들과 팬들이 보기에 깔끔한 대목은 아니었다.
리즈는 올해 20사구를 기록 중이다. 리그 최다다. 특히 최근 2경기에서만 4차례 사구를 기록했다. 150km가 넘는 리즈의 공이 몸쪽으로 향하면 이는 살인 무기나 다름없다. 한화 이대수는 리즈의 데뷔 첫해인 2011년 159km 강속구를 헬멧에 맞아 뇌진탕 증세를 보였고, 넥센 김민성은 손가락이 부러져 시즌을 마감했다. 당시에는 "제구가 좋지 않다"는 평가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아니다. 최근 그의 공을 맞은 타자들은 하나같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런데 타자의 머리를 맞춘 뒤 실점을 막았다며 세리머니를 한 부분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많은 야구팬들은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행동이다"며 날선 비난을 가했다. "경기하다 보면 사구가 나올 수도 있고, 위기 넘기면 세리머니도 할 수 있다"는 건 LG 팬들 생각이다. 한 야구인은 "사구는 진심으로 사과하면 끝날 일이다. 그런데 세리머니 하나로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더 큰 문제는 리즈의 행동으로 LG 타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 당장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보복구가 날아온다고 해도 항변할 길이 없다. 이날만 해도 7회말 LG 공격 때 삼성 안지만의 공이 정성훈의 등 뒤로 날아왔다. 리즈가 세리머니만 안 했어도 "그땐 고의도 아니었는데 왜 그러냐"며 할 말이 있다. 그런데 격한 세리머니 하나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만 리즈다.
김기태 감독 이하 LG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올 시즌 예상을 깬 파죽지세에도 항상 겸손함을 보여줬다. 상대팀을 위해 말 한마디에도 심혈을 기울였고, "상대를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날 경기 후 LG '캡틴' 이병규(9번)가 삼성 최형우를 달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리즈가 6회초 최형우를 삼진 처리한 뒤 세리머니를 했기에 기분이 상했을 터. '사구 직후' 세리머니에 다른 사람들까지 곤욕을 치러야 한 것.
리즈는 마운드에서 내려온 직후 통역을 통해 삼성 측에 "배영섭의 상태를 알아봐 달라"며 걱정했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배영섭에게 미안하다. 병원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소식을 들어 다행이다"고 했다. 김 감독도 "배영섭이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다"고 했다. 경기 중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한 건 잘한 일이다. 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 세리머니가 없었다면 큰 논란 없이 상황을 끝낼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 만에 1위를 탈환한 LG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리즈의 사구 직후 세리머니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때문에.
[8일 6회초 무사 1, 2루 위기를 넘긴 뒤 세리머니를 펼치는 리즈(첫 번째 사진), 리즈의 공에 헬멧을 강타당한 뒤 병원에 이송되는 삼성 배영섭, 7회말 삼성 안지만의 공이 등 뒤로 날아들자 마운드를 노려보는 LG 정성훈.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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