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납뜩이 꼬리표, 언젠간 떨어지겠죠" (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조정석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것은 영화 '건축학개론'이다. 젊은 승민(이제훈)의 능청스러운 친구 납뜩이 역을 연기해 '충무로의 발견'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후 조정석을 따라다닌 수식어는 납뜩이였다. 근위대장 은시경 역을 맡아 여심을 흔들었고, 민중 가요계 조용필 황영민 역을 맡아 연기력을 발산했다. 신주호 역을 맡아 아이유와 연기 호흡을 맞추며 주연으로서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지만 대중들은 여전히 '납뜩이 앓이'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납뜩이 앓이' 중인 관객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만한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관상'(감독 한재림)이다. 조정석은 '관상'에서 내경(송강호)의 문제적 동반자 팽헌 역을 맡아 납뜩이를 떠올릴 만한 유쾌하면서도 인간적 캐릭터를 연기해 냈다. 하지만 그 탓에 조정석은 또 납뜩이 수식어를 안고 갈 수밖에 없게 됐다.

조정석은 "어떤 역을 연기해도 납뜩이 꼬리표가 따라 붙을 것 같다. 언젠가 그 꼬리표가 떼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아직까지는 영화가 세 편이라 그런지 납뜩이에 대한 인상을 계속 가져오는 것 같다. 하지만 서운하거나 싫지 않다. 서운함, 섭섭함 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납뜩이가 날 배우로 각인시킬 수 있었던 공헌도가 가장 큰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작품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을 만났을 때 어떻게 풀어 헤치느냐가 관건이다. 내가 멍청하거나 똑똑하지 못하다면 계속 소모되는 인물로 비춰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려 꾸준히 정진하고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납뜩이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있고,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정석이 납뜩이에 이어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매력을 발산,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관상'은 조선시대 최고 관상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송강호가 관상가 내경 역을 맡았으며 조정석은 그의 처남이자 극의 흐름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인물 팽헌 역을 맡았다. 그는 팽헌의 양면적 모습에 끌려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정석은 "팽헌은 어떤 배우가 봐도 배우로서 탐이 날 수 있는 역이라고 생각한다. 극의 내용은 진지한데 그 진지함을 유하게 풀어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캐릭터다. 중반 이후부터는 감정선이 변화하고, 영화의 핵심적 인물이다 보니 그런 문제적 요소들을 보는 사람들에게 타당성 있게 이해시켜야 한다. 나름 진지한 장면들이 있기 때문에 그 두가지 양면성을 보여줄 수 있어 더 좋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양면성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 그런 점을 보여주는데 신경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점도 없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촬영 초반 영화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신을 촬영해야 했던 것. 여기에 영화 초반 등장하는 팽헌의 모습과 또 다른 팽헌의 감정을 표출해야 했던 탓에 조정석에는 여러 모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럼에도 조정석은 가슴 뭉클하면서도 호소력 넘치는 연기로 스크린을 꽉 채워낸다.

조정석은 "영화 작업이 재밌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만들기 위해 원석을 찾아내는 그런 작업인 것 같다. 배우로서는 굉장히 좋고 마음이 끌린다. 물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편집의 예술이지만 그런 걸 떠나 배우로서 새로운 연기와 참신한 연기들을 보여주는데, 나와 영화라는 장르가더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관상'으로 첫 사극에 도전했다. 그리 많지 않은 필모그래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연기력을 입증 받은 그는 사극을 넘어 또 다른 영화에 대한 열의를 내비쳤다.

그는 "스릴러 영화 탐난다. 하고 싶은 건 멜로다. '국화꽃 향기' 같은 그런 멜로도 해보고 싶다. 애잔하고 애틋한 멜로"라고 전했다.

조정석의 첫 사극 도전작이자 납뜩이에 이어 팽헌의 매력을 발산할 영화 '관상'은 왕의 자리가 위태로운 조선,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가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가 관상가 내경, 이정재가 수양대군, 백윤식이 김종서, 조정석이 내경의 처남 팽헌, 이종석이 내경의 아들 진형, 김혜수가 기생 연홍 역으로 출연했다. 오는 11일 개봉.

[배우 조정석.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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