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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 제작 주피터필름 배급 쇼박스)은 참 좋은 관상을 가졌다. 영화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배우들만 봐도 그렇다.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그리고 김혜수가 출연했다.
그렇다고 '관상'이 배우로만 승부를 보려는 영화는 아니다. 관상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고, 지난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대상을 수상한 김동혁 작가의 시나리오를 좀 더 관객들에게 가볍게 다가갈 있도록 손을 봐 대중성을 높였다.
여기에 보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아름다우면서도 몽환적이고 때로는 선명한 화면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화려한 소품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시스루 한복처럼 일반적 사극에서 탈피한 의상 등 아름다운 면면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역시 '관상'의 힘은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이다.
말이 필요 없는 배우 송강호는 어떠한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틸다 스윈튼의 말처럼 "저 위에 있는 사람"의 연기가 어느 경지에 다다랐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본능적으로 선보이는 송강호는 내경 역으로 자신 외 다른 인물을 떠올릴 수 없게 한다.
송강호와 연기 앙상블을 이룬 팽헌 역의 조정석도 눈여겨 볼만하다. '건축학개론' 납뜩이의 뒤를 이을 또 하나의 장난기어린 명품 캐릭터의 탄생이다. 특히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코믹 앙상블은 '관상' 속 웃음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해 데뷔 20년을 맞이한 이정재는 여우같은 수양대군을 통해 비릿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인물을 창조해 냈다. 또 야심가 수양대군을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다시 한번 여심을 홀릴 준비를 끝마쳤다.
백윤식의 경우 역할과 100% 일치하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끈다. 극 중 범으로 묘사되는 김종서 역을 맡은 그는 서있을 뿐인데도 호랑이 같은 위압감을 발산한다. 여기에 김혜수는 이미 매력적 기생 연홍을 완벽히 표현해 내며 관객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이런 명품배우들이 모인 탓에 '관상'은 의외의 약점을 노출한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형성한 기대감이 너무 높았던 것. 게다가 종종 극적으로 꾸며졌다는 느낌을 주고, 무거운 시나리오에 가벼움을 가미하다 보니 때로는 감정이 줄기줄기 나뉜 느낌을 안긴다. 단지 믿고 보는 배우들만으로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눈이 즐거운 영화 '관상'은 왕의 자리가 위태로운 조선,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가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가 관상가 내경, 이정재가 수양대군, 백윤식이 김종서, 조정석이 내경의 처남 팽헌, 이종석이 내경의 아들 진형, 김혜수가 기생 연홍 역으로 출연했다. 오는 11일 개봉.
[영화 '관상' 스틸컷. 사진 = 쇼박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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