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간단한 것 같아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남자농구의 귀화선수 영입이 점점 설득력을 얻는다. 이제까지 국제대회서 남자농구의 귀화선수는 한국인의 피가 섞인 혼혈선수였다. FIBA 규정상 국제대회서 혼혈선수를 1명 출전시킬 수 있는데, 한국은 이승준과 문태종, 문태영 형제 등 KBL에서 성공한 혼혈선수를 선발했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볼 때 한국인의 피가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순수 외국인을 귀화시켜서 내년 스페인 월드컵에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한국농구가 순수 외국인을 귀화시키지 못한 건 국내 정서를 감안한 조치였다. 피 한방울 안 섞인 외국인을 귀화시켜서 국제대회에 나가는 게 단일민족의 특성상 맞지 않다는 논리였다. 지금도 외국인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줘서 좋은 성적을 거둔들 한국농구 발전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주장하는 농구인도 있다. 하지만, 이미 대다수 아시아 국가가 순수 외국인을 귀화시켜서 전력을 끌어올린 마당에 한국도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 농구계는 순수 외국인 귀화 용인하는 분위기
세계화라는 말을 쓰는 것조차 진부하다. 더 이상 순수혈통만을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 농구계는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내부적으론 순수 외국인 귀화선수영입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여론 역시 대체로 긍정적이다. 기왕 뽑을 것이라면 최대한 장신자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농구의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높이이기 때문이다. 높이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월드컵에 나가봤자 아무런 소득을 거둘 게 없다.
한 프로팀 감독은 “지금 한국 전력으로는 내년 월드컵서 얻을 게 없다”라고 했다. 16년만의 세계대회 컴백. 이미 한국은 세계농구와 너무 거리가 멀어졌다. 운동능력이 좋은 장신 귀화선수가 있어야 그나마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선수권서 대표팀을 맡았던 유재학 감독 역시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 KBL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빅맨보다 더 큰 선수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물론 순수 외국인을 귀화선수로 영입하는 것 자체로는 장기적인 한국농구 발전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극단적으로 르브론 제임스나 코비 브라이언트를 데려오더라도 천년 만년 써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또 다른 농구인은 “세계대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전력을 제대로 갖춰서 나가야 한다. 세계무대 경험도 경험이지만, 실력 격차가 너무 크면 선수들의 상실감도 크다”라고 했다. 장신 유망주 발굴 등 장기적인 국제경쟁력 강화 계획 속에서 순수 외국인의 귀화 추진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 귀화선수, 어느 수준까지 감당할 수 있나
한국농구는 과연 어느 수준의 외국인을 귀화시키면 될까. KBL 최상위급 빅맨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NBA 혹은 유럽 상위리그에서 뛰는 백업 센터 정도는 데려와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현재 귀화선수를 영입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는 NBA급 센터를 생각하고 귀화를 추진하지만, 유명 스타일수록 몸값이 높아서 결국 한 물간 베테랑이나 NBA 경험이 있는 센터들을 데려온다. 그들은 처음부터 자국인이 아니었느니 애국심이 아니라 비즈니스 논리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농구에 무료 봉사할 귀화선수는 아무도 없다.
또 다른 농구인은 “지금 농구계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귀화선수 수준과 몸값이다. 대한농구협회 예산도 고려해봐야 하고, 비용 대비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도 계산해봐야 한다.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KBL 최상위급 외국인센터로는 아시아 무대에서의 경쟁력은 몰라도 월드컵 선전은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NBA급 특급스타 영입은 국내에서 높은 몸값을 감당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귀화선수의 수준을 떠나서 해당 선수의 동기부여도 중요한 부분이다. 아무리 수준 높은 선수를 데려오더라도 대표팀에 융화하려는 의식이 떨어지는 건 곤란하다. 국내 대다수 농구인도 원칙과 절차없이 무분별한 외국인 귀화 추진에는 반대한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둘이 아니다. 이상적으론 순수 외국인 귀화가 반드시 필요한데 현실에선 딜레마가 있다. 아시아, 세계대회서의 분명한 목표설정과 함께 한국농구 장기적 발전 계획을 갖춘 뒤 순수 외국인의 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내년 스페인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