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민성의 스타★필(feel)]
평범(平凡)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라는 뜻이다. 미남미녀가 즐비한 연예계에서 평범한 얼굴로 우리를 울고 웃기는 놀라운 배우들이 많다. 개봉 33일 만에 관객 560만 명을 육박하며, 2013년 한국영화 흥행 TOP5에 진입한 영화 '숨바꼭질'의 주인공 손현주도 그렇다. 이웃집 아저씨같이 수더분하게 생긴 이 배우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하며 뜨겁게 사랑받고 있다.
'숨바꼭질'에서 손현주는 의문의 괴한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를 연기한다. 듬직한 가장의 얼굴과 함께 강박적 결벽증인 히스테릭한 남자의 이중성을 교차시키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평범한 얼굴의 비범한 연기력이 제대로 빛을 발한다. 철저한 공부와 연구, 그리고 연습과 노력을 빚어낸 캐릭터는 충격과 공감의 복합적인 감정을 이끌어낸다.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극단 미추의 단원으로 활동했던 손현주는 1991년 14기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미추에서 따로 주인공이 정해지지 않은 마당놀이에서 1인 15역까지 소화하며 연기 내공을 제대로 쌓았다. 드라마에서는 단역에서 시작해 다양한 조연을 거치며 어느새 안방극장에서는 익숙한 얼굴이 됐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 오랫동안 갈고 닦은 연기 내공이 빛이 발한 드라마는 2005년 작 '장밋빛 인생'이었다. 극 초반 바람둥이 철부지 남편으로 공분을 샀지만, 아내(최진실)의 시한부 인생을 알게 된 후 헌신하는 남편으로 변신해 큰 사랑을 받으며 주연급으로 도약했다. 이후 '조강지처클럽', '솔약국집 아들들' 등에 출연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제대로 자리 잡았다.
또한 작년 그에게 SBS 연기대상 대상을 안겨준 드라마 '추적자 : the chaser'를 통해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명품 배우임을 증명해냈다. 수상 소감인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개미와 이 영광을 같이 한다"는 말은 여러 번 회자되며 그의 남다른 연기관과 진솔한 인간성을 가늠케 한다. 그는 연기로 자신이 진짜 배우임을 증명해냈지만, 실생활에서도 연기자로 살아가고 있다. 사라져가는 단막극의 존재가치를 알고 출연료도 받지 않고 단막극에 출연하거나 스타급 배우를 섭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뛰어난 연극배우가 있으면 적극 천거해 드라마나 영화판으로 이끈다. 촘촘한 연기력을 쌓은 그들이기에 어느 곳에서나 빛을 발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숨바꼭질'이 이렇게 흥행 돌풍을 일으킬지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삐까번쩍한 톱스타도, 막강한 물량공세도 없는 25억 규모의 저예산 영화였다. 또한 신인 감독 데뷔작이라는 불안 요인과 공포 스릴러라는 장르적 한계가 있었지만, 손현주, 전미선, 문정희 등 진짜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생활 공포라는 접근성이 많은 관객을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손현주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한 반 동안 촬영장에서 먹고 자며 촬영에 임해 스텝들과 막역한 사이가 됐다는 후문. 자신의 수상소감처럼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개미와 동고동락하며 놀라운 흥행을 일구어낸 것이다.
22년간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손현주. 배우 얼굴에 분이 마르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장르, 역할을 불문하며 연기자로 살아온 그의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영화 '숨바꼭질' 포스터(위)와 스틸컷. 사진 = NEW 제공]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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