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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손세이셔널’ 손흥민(21·레버쿠젠)이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비수였던 퍼디난드를 스피드로 제치고 골을 넣는 모습은, 더 이상 상상 속의 장면이 아니다. 이는 오는 18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서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선배 박지성(32·PSV아인트호벤)이 7시즌을 보낸 맨유는 손흥민이 어린 시절이 동경해 온 클럽이다. 손흥민은 “내가 맨유 팬인건 모두가 다 안다”며 스스로 열혈 팬임을 인정했다. 그런 맨유와 손흥민이 정면 격돌한다. 무대는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다. 손흥민은 이번 맨유 원정을 두고 “올드트래포드 원정에서 우린 잃을 것이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 누구보다 맨유와의 대결을 바랐던 손흥민이다. 과연, 손흥민은 자신의 ‘아이돌(idol)’ 맨유를 파괴할 수 있을까?
경기는 홈팀 맨유가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할 것이며, 원정팀 레버쿠젠은 움츠린 뒤 장기인 빠른 역습으로 맨유의 뒷공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별리그 첫 경기인 점을 고려할 때 두 팀 모두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경기를 풀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맨유가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확률이 높다. 레버쿠젠 또한 이를 바랄 것이다.
지난 이틀 전 치른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맨유의 모예스 감독은 전체적인 라인을 끌어올려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해 상대의 실수를 이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애슐리 영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수적 우위를 점한 맨유는 루니의 환상적인 프리킥을 더해 2-0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맨유의 압박에 상당히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이러한 상황에 익숙한 팀이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압박을 뚫고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 바로 레버쿠젠이었다.
퍼디난드와 비디치는 경험 많은 수비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더 느려졌다. 올 시즌 0-1 패배를 당한 리버풀전만 봐도 알 수 있다. 맨유는 스터리지, 쿠티뉴 등 빠르고 날렵한 선수들의 움직임에 어려움을 겪었다. 레버쿠젠에게도 비슷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며, 이는 좌우 날개에 포진한 손흥민과 샘의 발끝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프라이부르크와의 개막전서 나온 손흥민의 데뷔골이, 맨유전서 그려야할 그림이다.
레버쿠젠에겐 키슬링의 역할이 중요하다. 키슬링이 퍼디난드 또는 비디치를 후방으로 유인할 때 생기는 빈 공간을 손흥민과 샘이 파고들어야 한다. 레버쿠젠이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린다면, 손흥민에겐 많은 공간이 열릴 것이며, 이는 맨유를 파괴할 가장 위협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물론, 손흥민이 공격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준급 윙어가 넘치는 맨유의 측면은 손흥민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겨줄 수도 있다. 아마도 맨유는 레버쿠젠의 ‘손흥민+샘’ 콤비를 막기 위해 훨씬 공격적으로 측면을 이용할 것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기 때문이다. 발렌시아와 애슐리 영(또는 카가와)이 레버쿠젠의 도나티(또는 힐버트), 보에니쉬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경우, 손흥민과 샘의 전진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이것 또한 손흥민이 넘어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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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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