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직구 헤드샷은 바로 퇴장시켜야 돼.”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난 17일 포항 두산전을 앞두고 “우리 선수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 어느 팀이라도 선수가 공에 맞아서 전력에서 이탈하면 억울한 일이다”라고 했다. 배영섭은 지난 8일 잠실 LG전서 레다메스 리즈의 강속구에 헬멧을 강타당했다. 그는 15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사구 후유증으로 1군에서 빠졌다. 정황상 뇌진탕 후유증과 비슷한 모양새. 현재 배영섭은 2군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 류중일 감독 강경 발언, 감독자 회의에서 거론하겠다
국내야구도 과거 헤드샷을 즉각 퇴장 처리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2시즌만에 없던 일이 됐다. 정말 고의성 없이 투수의 손에서 빠진 느린 변화구가 타자 헬멧에 ‘통’하고 맞는 경우도 많았다. 투수는 억울하게 퇴장을 당했고, 타자들은 은근슬쩍 그런 케이스를 기다리기도 했다. 당시엔 투수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류중일 감독은 단호했다. 헤드샷 퇴장에 대해 “감독자 회의에서 거론할 것”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내년부터 곧바로 퇴장시켜야 한다. 그러면 뭔가 달라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대다수 감독이 의견을 낸 것처럼, 류 감독 역시 변화구가 아닌 ‘직구 헤드샷’으로 즉각 퇴장 범위를 한정했다. 류 감독은 “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다 타자 머리에 맞혔는지, 직구를 던지다 타자 머리에 맞혔는지는 구심이 딱 보면 안다”라고 했다. 직구 헤드샷이 위험하다는 건 배영섭 케이스에서 명확하게 밝혀졌다. 한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 직구 헤드샷, 고의 아니더라도 퇴장은 어쩔 수 없다
만약 투수가 직구를 던지다 헤드샷을 했다고 치자. 투수 입장에서도 고의가 아니니 즉각 퇴장은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일부 국내 투수 출신 야구인들은 이런 이유를 들어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자칫 투수들이 몸쪽을 기피하고 바깥쪽 위주의 소극적인 승부를 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자 류 감독은 “타자는 머리만 안 맞으면 된다. 투수들이 몸쪽 승부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타자 상체 밑으로는 몸쪽 승부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류 감독이 몸에 맞는 볼에 무조건적인 퇴장을 주장한 게 아니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류 감독은 “그래도 직구 헤드샷 퇴장은 필요하다. 투수가 고의가 아니라고 주장해서 봐주다 보면 헤드샷에 대한 페널티의 기준이 모호해진다. 타자들은 계속 몸에 맞는 볼에 피해를 입고 있지 않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감독은 직구 혹은 변화구, 고의 여부는 전적으로 구심의 판단에 맡기면 될 일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정말 고의성이 없다고 해도 최소한 경고는 줘야 한다”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적어도 직구 헤드샷에 있어서는 즉각 퇴장을 재차 강조했다.
▲ 투수가 위축된다? 타자도 위축된다
모 구단 타격코치는 “헤드샷만 문제가 아니다. 타자들에게 타격할 때 타격박스 안쪽으로 바짝 붙으라고 한다. 평소에 몸에 맞는 볼이 많았던 선수는 안쪽으로 붙는 데 약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했다. 타자도 인간이다. 몸쪽 볼을 두려워하면 좋은 타격을 할 수 없지만, 150km를 상회하는 볼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순 없다. 순간적으로 피하고, 무서운 게 당연한 사람 심리. 두렵지만, 억지로 티 안내고 타격에 임하는 선수도 많다는 설명. 실제로 헤드샷이 아니더라도 몸 맞는 볼로 부상을 입었던 타자가 한동안 타격슬럼프에 시달리는 건 매우 흔한 일이다.
투수 역시 사구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있다. 사구 혹은 볼넷이 싫어서 억지로 가운데에 집어넣다 난타를 당하는 투수도 많다. 그래서 투수에게 몸쪽은 먹고 사는 코스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류 감독에 따르면 최소한 직구 헤드샷 퇴장 조치도 없다면 타자가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논리다.
흔히 사구를 많이 당한 타자에게 “이겨내고 몸쪽으로 바짝 붙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류 감독은 “투수도 헤드샷 퇴장에 대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라는 생각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동업자 정신을 생각하면 된다. 배영섭 야구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었다”라고 했다. 여론은 충분히 형성됐다. 이제 실질적이고 부작용 없는 제도변화를 검토하면 될 것 같다.
[류중일 감독(위), 배영섭(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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