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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시즌은 길고 기회는 많다. 하지만 박주영(28)의 출발은 2년 전인 아스날 입단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전이 기대됐던 리그컵에서 박주영은 벵거의 희망고문에 또 갇혔다.
올 시즌 아스날에 잔류한 박주영은 25일(한국시간) 치른 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WBA)와의 2013-14시즌 잉글랜드 캐피탈 원 컵 32강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개막 후 처음으로 벵거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연장을 거쳐 승부차기까지 치러진 경기에서 박주영은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 투입된 선수들은 18세의 어린 유망주들이었다.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1골 차 싸움이 계속됐고 아스날은 골이 필요했기 때문에 박주영이 출전할 가능성이 많은 경기였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박주영을 끝까지 투입하지 않았다. 1경기만으로 박주영의 입지를 또 다시 정의 짓는 건, 섣부른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박주영과 마찬가지로 오랜기간 임대로 방황한 니클라스 벤트너와 일본 출신 미야이치 료의 선발은 120분 동안 벤치를 지킨 박주영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컵대회 32강전서 유망주들에게 밀린 박주영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씁쓸함은 감출 수가 없다. 벵거 감독이 경기 후 유망주들을 칭찬한 것도 찝찝함을 더한다. 벵거는 “유망주들이 좋은 선수들이며, 잘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기뻐했다.
벵거 감독이 향후 박주영을 쓸 계획이라면, 적어도 이날 경기서 최소한의 출전 시간을 부여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벵거는 그러지 않았다. 박주영은 올 시즌 아스날이 치르는 대회 중 가장 비중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승률이 높은 경기에서 제외됐다. 벵거가 박주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시즌은 길고 박주영에게 기회는 올 것이다. 허나, 2년 전에도 시즌 내내 이러한 희망고문에 갇힌 채 방황한 기억이 있다. 과연, 이번에는 벵거를 믿어도 될까?
[박주영. 사진 = 마이데일리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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