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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극본 소현경 연출 손형석 최정규)가 16부를 끝으로 종영했다.
26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지독하게 장태산(이준기)을 옳아 매던 문일석(조민기)이 결국 자신이 하찮게 바라보던 장태산의 손에 체포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극을 대표하는 악인 문일석과 조서희(김혜옥)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되자 장태산, 서인혜(박하선), 서수진(이채미) 가족은 8년 만에 비로소 한 자리에 모여 웃을 수 있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꽉 짜인 연출, 허술함을 찾기 힘든 치밀한 극본까지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 받은 '투윅스'를 빛나게 한 3가지 요소를 짚어봤다.
▲ '이준기', 장태산과 함께 부활한 만능형 배우
배우 이준기는 '투윅스'를 통해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허명이 아님을 입증했다. 데뷔작인 영화 '왕의 남자'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로 주목을 받은 이준기는 이후 MBC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과 SBS 드라마 '일지매' 등을 통해 멜로와 액션 역량까지 인정받은 만능형 배우였다.
8년 전 상대방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별한 서인혜와의 관계,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어 준 딸 서수진과의 조심스러운 첫 만남, 온 나라가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도주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탈주극을 벌여야하는 도망자의 운명까지…감정연기와 멜로, 액션 등 모든 장르를 소화해야하는 장태산 역을 이준기가 맡게 된 것은 배우에게도, 시청자에게도 행운이었다.
이준기는 흙더미에 파묻혀 빨대 하나에 의지해 숨을 쉬고, 산길을 구르고, 강에 뛰어내리는 등 촬영 내내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의 촬영 일정이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듯하게 촬영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극중 그의 도주극이 영화처럼 화려하게 완성된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투윅스'라는 새로운 대표작을 통해 이준기는 과거 인상적인 유망주로 주목받던 자신이 이제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완벽하게 거듭났음을 증명했다.
▲ '연출', 한국판 '24'는 어떻게 완성됐나
극 초반 '투윅스'가 주목받은 것은 바로 그 제목 자체부터였다. 2주라는 시간을 뜻하는 '투윅스'. 실제 삶 속에서 2주는 짧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작품 속 2주는 의미 없는 삶을 살던 장태산이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겪으면서도 딸을 위해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아낸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이런 장태산의 탈주극을 '투윅스'에서는 매 회 하루씩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으로 전개했다. 극중 하루의 시간에는 장태산의 위기가 있었고, 반전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그의 진화가 담겼다. 그리고 14일간 장태산에게 일어난 진화가 쌓여 딸 서수진(이채미)의 수술 당일, 시청자들은 기어코 가족을 지켜낸 듬직한 아빠 장태산을 마주할 수 있었다.
'투윅스'가 방송되기 전 한 회에 하루의 시간을 담아낸다는 설정을 전하기 위해 많은 이들은 미국드라마 '24'의 설정을 예시로 들었다. '24'는 매 회 한 시간 동안 다양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동시에 그려내며 결국 사건의 실체를 완성시켜가는 형식의 시리즈물이다. '투윅스'를 두고 많은 이들은 사전제작이 어려운 한국 드라마의 현실에서 한 회 당 하루라는 짧은 시간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그려내는 것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었다. 급박한 촬영 일정이 진행될 경우 후반부로 갈수록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걱정이 존재한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빈틈없는 결과물을 완성했고, 이제 한국드라마사에는 '24'를 대체할 '투윅스'라는 새로운 사례가 이름을 올리게 됐다.
▲ '소현경', 역시 믿고 보는 작가
물론 이 모두는 오랜 시간 '투윅스'를 구상해온 소현경 작가의 탄탄한 극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촬영 과정에서 '투윅스'에 출연 중인 한 배우 측 관계자는 "소현경 작가의 대본을 읽다보면 감탄이 나온다. 지문이 워낙 자세해 대본만 읽고 있어도 해당 장면이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진다. 이번 촬영 과정에서 왜 배우들이 소현경 작가를 찾는지 여실히 실감했다"고 감탄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투윅스'의 결말은 섬세하고 꼼꼼했다. 14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장태산은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진 한 명의 가장으로 거듭났고, 조서희(김혜옥) 체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박재경(김소연)은 칠판 가득 붙어있던 수사기록과 함께 오미숙(임세미)에 대한 마음의 짐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한치국(천호진)과 김선생(송재림) 부자는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큼은 함께 하게 됐고, 후배 박재경을 실망시켰던 부장검사 한정우(엄효섭)까지도 장태산의 무죄를 입증하며 변호사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비중과 관계없이 극중 캐릭터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 소현경 작가의 치밀한 구성은 시청률 이상의 감동과 짜릿함을 시청자에 남겼다.
[배우 이준기, 이채미, 김소연, 박하선(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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