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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진천 김진성 기자] “비몽사몽이죠 뭐.”
여자농구대표팀의 한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 위성우호의 진천선수촌 생활은 과연 어떨까. 역시 훈련 욕심 많고 섬세한 위성우 감독답게 촘촘한 훈련스케줄이 짜여있었다. 일단 선수들은 1주일에 1.5일 쉰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훈련한다. 토요일 오후엔 외박을 허용한다. 대신 일요일 오후엔 들어와야 한다. 여기까진 보통 남녀프로구단의 비시즌 훈련 스케줄과 흡사하다.
그런데 위성우호의 1일 훈련량이 만만찮다. 하루에 무려 4차례 훈련을 한다. 보통 프로팀의 비 시즌 훈련은 오전, 오후, 야간으로 나뉜다. 그러나 위성우호는 여기에 새벽훈련을 추가했다. 오전 6시부터 진천선수촌 다목적체육관에 나와서 슈팅 연습을 한다. 정상일 코치와 슛이라면 일가견 있는 정선민 코치가 1대1 지도를 한다.
이후 7~8시에 아침을 먹은 뒤 잠깐 휴식.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오전 전술훈련. 점심식사를 한 뒤 잠시 오침을 하고 오후 3시 30분부터 6시까지 오후 전술훈련을 한다. 저녁식사를 하고 8~9시부터 10시까지 야간 개인훈련을 한다. 웨이트트레이닝 혹은 개개인이 부족한 훈련을 보충하는 시간. 상당히 빡빡한 스케줄이다.
대표팀 최고참 이미선(34,삼성생명)에게 물어봤다. 새벽 훈련하는 기분이 어떤지. “잠도 덜 깨고 정신 없죠 뭐”라고 웃었다. 다른 선수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다만 26일 최종엔트리 발표와 함께 대표팀에 합류한 이연화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오늘 처음 해봐서”라고 여유를 보였다. 확실한 건 대부분 선수가 합숙 1달이 지나면서 새벽훈련에 서서히 적응하는 분위기였다.
이미선은 “새벽훈련을 한 건 90년대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내가 대표팀 막내일 때 했었는데 2000년대 들어선 처음이다”라고 웃었다. 그렇다면 위성우호는 왜 남자 팀들도 어지간해선 하지 않는 새벽훈련을 하는 것일까. 대표팀 한 관계자는 “그만큼 아시아선수권 우승이 절실한 것 아니겠나. 그동안 대표팀에 부상자가 많아서 어수선했다. 좀 더 훈련 분위기를 잡기 위해 새벽훈련을 선택한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이번 대표팀은 하은주, 정선화가 빠지면서 높이가 썩 좋지 않다. 가드진도 최윤아가 빠지면서 베테랑 이미선의 몫이 커졌다. 포워드진이 그나마 최강전력이지만, 과거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세계 다크호스로 군림하던 시절과는 확실히 전력 격차가 있다. 하지만, 여자농구대표팀은 2007년 이후 2회 연속 준우승했던 아시아선수권 우승컵을 되찾는 게 목표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탈락으로 입은 자존심도 회복해야 한다.
결국 위 감독은 강한 훈련을 택했다. 새벽훈련은 그 의지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위 감독은 우리은행에서만큼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치진 않는다. 다들 소속팀에선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위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잘 따라와주고 있다. 그저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말만 할 뿐이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겨우 1달 앞둔 아시아선수권. 아직 갈 길이 먼 위성우호. 부족한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갠다. 새벽훈련을 하는 건 이유가 있다.
[여자농구대표팀. 사진 = 진천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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