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신인드래프트 1순위는 잊어야 한다.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3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번 신인드래프트는 사실상 경희대 3인방(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을 위한 드래프트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경희대 3인방이 어느 팀으로 갈 것인지에 집중됐다. 특히 영예의 1순위 주인공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1순위 후보는 김종규와 김민구로 좁혀진다. 두경민은 고려대 박재현과 함께 3순위 후보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지난 2012-2013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로터리픽을 가진 KCC, 동부, KT, LG가 각각 23.5%의 1순위 추첨 확률을 갖는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갔으나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한 KGC인삼공사, 오리온스, 전자랜드, 삼성이 각각 1.5%의 1순위 추첨 확률을 갖는다. 복수의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KCC와 LG가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할 경우 김종규를, 동부와 KT가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할 경우 김민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 KCC-LG: 1순위 김종규?
KCC는 하승진이란 걸출한 센터가 있다. 2013-2014시즌엔 공익근무로 자리를 비운다. 높이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 KCC는 이미 강병현, 김효범, 박경상이란 훌륭한 1~2번 자원이 있다. 굳이 김민구를 택할 필요성은 낮다. 김종규가 중심을 잡아줘야 전력이 강해진다. KCC가 김종규를 잡고 하승진마저 컴백한다면. 다시 한번 프로농구 정상 도전도 가능하다.
LG 역시 김시래, 양우섭, 기승호, 박래훈, 이지운, 조상열 등 1~3번 자원은 포화상태다. 문태종이란 해결사도 영입했다. 하지만, LG는 전통적으로 높이가 낮았다. 김종규 영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LG는 김종규와 함께 프로농구 첫 정상등극을 노린다. 지난해 고의패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도 결국 이날 김종규를 뽑기 위해서였다.
▲ 동부-KT: 1순위 김민구?
동부는 김민구가 필요하다. 김주성과 이승준이 건재하고 올 시즌 막판 윤호영이 상무에서 돌아온다. 허버트 힐이란 검증된 외국인 센터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KBL 최강 골밑. 김종규 영입 필요성이 극히 낮다. 김민구는 베테랑 가드 박지현과 짝을 맞춰 다양한 전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 동부에 부족한 스피드도 향상시킬 수 있다.
KT도 김민구를 원한다. KT 역시 전통적으로 높이가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러나 전창진 감독이 최근 출정식서 “김민구”라고 잘라 말했다. 전 감독은 김민구가 최근 아시아선수권과 대학대회서 보여준 기량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T는 지난해 신인 장재석을 간판 빅맨으로 키울 계획이다. 김민구를 영입하는 게 팀 밸런스 차원에서 최상의 선택이다.
▲ 신인드래프트 1순위, 밝은 미래 보장하는 건 아니다
신인드래프트 지명순위가 그 선수의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역대 프로농구 신인왕은 16명 배출됐다. 그 중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은 9명이었다. 신인왕을 차지했다는 건 프로농구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의미. 하지만, 1순위가 아니더라도 시즌 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는 건 아니다. 역대 신인왕 7명은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이 아니었다. 지난 2012-2013시즌 신인왕 최부경(SK)은 2순위였고, 2003-2004시즌 신인왕 이현호는 2라운드 8순위였다. 1998-1999시즌 1라운드 7순위로 선발된 뒤 신인왕을 수상한 신기성도 KBL 가드역사에 한 획을 긋고 은퇴했다. 역대 신인드래프트 1순위 중에선 불명예스럽게 KBL을 떠나거나 벤치멤버로 전락한 케이스도 있었다.
1~2순위로 뽑혔다고 해서 자만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반대로 1~2순위로 뽑히지 못해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긴 신인이라도 적응하고 버텨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전에 한 농구인은 “종규와 민구가 프로에 1~2순위로 뽑힌 뒤 혹여 겉멋이 들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했다. 분명 두 사람은 최근 프로농구가 받았던 스포트라이트 그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게 옳지 않은 방향으로 엇나가면 안 된다.
▲ 프로농구 특급스타? 시간을 갖고 기다리자
한 프로팀 감독은 “경희대 아이들이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프로에 간다고 해서 당장 그 팀의 전력을 크게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은 아니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 팬들은 김민구와 김종규가 프로농구에 입성하면 소위 말해 농구판을 ‘늘었다 놨다’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까지 보여준 잠재력으론 그럴 만하다.
하지만, 프로농구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촘촘한 수비조직력과 복잡하고 세분화 된 공격패턴, 정돈된 공수전환 등이 대학 레벨과 비교가 안 된다. 외국인선수라는 변수도 있다. 아무래도 김종규와 김민구는 플레이가 좀 투박하다. 분명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두 사람은 올해 각종 국내대회와 국제대회를 치르느라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김종규는 발목 부상도 있다. 이날 신인드래프트를 치른 뒤에도 10월 동아시안게임과 전국체전이 기다리고 있다. 전국체전은 10월 24일에 끝난다. 경희대가 결승전에 올라갈 경우 두 사람의 프로 데뷔전은 10월 25일 이후로 미뤄진다.
시즌 초반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들이다. 기본적으로 팀 동료와 호흡을 전혀 맞추지 않은 상황에서 팀에 합류해 컨디션마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해당 팀에 맞게 플레이 스타일까지 손을 본다면 예상 외로 프로농구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다. 당장 올 시즌 초반 김종규과 김민구에게 큰 기대를 거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규와 김민구는 프로농구 특급스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향후 한국농구 15년을 책임질 초특급 자원들이다. 한국농구는 두 사람을 길게 보고 키워야 한다. 지도자들의 방향설정, 선수 본인의 노력 모두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날 개최되는 신인드래프트 1순위는 말 그대로 1순위다. 본인들과 농구팬 모두 그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신인드래프트 지명순위가 두 사람의 농구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 김종규와 김민구가 팬들에게 한번 맛보고 버려질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되면 안 된다. 뚝배기에 담긴 된장국처럼 오랫동안 은근한 맛을 풍겼으면 좋겠다.
[김종규-김민구(위), 김종규(가운데), 김민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