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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거칠다'라는 말이 '반항적이다'와 일맥상통하지는 않는다. 배우 유아인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그는 간혹 반항하는 청춘의 아이콘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가감 없이 내뱉는 그의 모습은 '반항'이라 여겨지기도 했지만 사실은 '용기'와 더 닮아 있다.
유아인이 연기한 강철이 역시 실제 그의 모습과 흡사하다. 영화 '깡철이'(감독 안권태)에서 그가 연기해 낸 강철은 거칠지만 진솔하게 세상과 맞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유아인의 설명을 빌리자면 강철은 그 어떤 평범한 인물보다도 훨씬 착한 아들 중 한 명이다. 정직하게 돈을 벌고, 정직하게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지만 극한 상황에서 투박한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캐릭터다.
유아인은 "강철은 사실 반항아가 아니다. 거칠지도 않다. 극한 상황에서 오는 그 정도의 폭력성만을 가지고 있다. 너무 착한 아이다. (영화 '완득이'의) 완득이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 그렇게 건강하고 성실하게 살기도 힘든 것 같다. 어떤 평범한 친구들보다 훨씬 착한 아들 중 하나다. 거칠고 투박하다는 느낌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사실 그가 '완득이'에 이어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깡철이'를 택한 것은 전작에서 느꼈던 갈등을 해소하고 싶었던 욕구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깡철이'가 공개되기 전 뜨겁고 거친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완득이'와 비교되기도 했지만 그런 선입견을 날려버릴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 '깡철이'였다.
이어 "이건 영화적 성격이고 운명이다. '완득이'는 호흡을 늘어뜨리기 힘들었던 영화였기 때문에 그렇게 보여주기 힘들었다. '깡철이'는 인물에게 어느 정도 호흡을 부여한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나이가 들었다', '성숙해졌다'라고도 이야기하는데 그런 것 보다는 인물을 좀 더 내밀하게 관찰하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을 하며 유아인이 가장 힘겨웠던 것은 사투리와 액션이다. 대구 사투리가 입에 익어 있는 상황에서 미묘하게 다른 부산 사투리를 연기해 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이와 함께 액션 연기를 하기 위해 훈련하는 시간이 어려움으로 다가왔다는 후문이다. '진짜'를 추구하는 그에게 실제 상황이 아닌 시간의 반복이 힘들기도 했을 터였다.
유아인은 "내가 훈련에 약하다. 난 리딩도 되게 못하는 애다. 가만히 앉아서 입만 뻥긋대는 건 잘 못하겠다. 물론 어느 정도는 하겠지만"이라며 "액션도 마찬가지다. 훈련하는 것보다 촬영에 들어가 파바박 해버리는 게 더 잘 되는 것 같다. 정신이 '진짜야', '에너지를 100% 다 쓰는 거야'라고 하면 그 때 하는 대사, 액션, 표정 그 모든 것들이 진짜가 된다.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는 순간 가짜처럼 보이고 징그러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물을 확 엎듯이 나를 확 엎는 게 내가 연기를 좋아하는 점 중 하나다. 사실 소심했던 아이인데 연기를 하며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조심스럽고 소심했던 아이였는데 그러다 보니 치밀해져 그나마 지금처럼 연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연기 같은 경우 카메라가 돌아갈 때 물이 가득한 대야를 걷어차듯, 내 안에서 쏟아지는 것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방식이 자연스러움을 만드는 것 같다"며 자신이 느끼는 연기의 매력에 대해 전했다.
유아인은 "내가 바라는 이미지가 지금의 내 이미지인 것 같다. 이미지를 만든다는 건 오래 걸리는 일이다. 어느 날 내가 한 마디를 하고 한 번 솔직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착한 이미지, 모범생 이미지, 샤방샤방한 밀키보이 이미지는 너무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닌 이미지는 정말 만들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항상 (현재의) 그 이미지는 위태롭다. 계속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 솔직하게, 재미있게, 자유롭게.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나라는 배우를 생각했을 때 '멋있어', '좋아', '내 판타지를 충족해줘', '멋진 교회오빠, 선배 같아'라는 것도 좋지만 이와 동시에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계속 먹고 싶고,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는 단순히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서려는 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대중들에게 서려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먹고 듣고 보고 싶은 유아인의 영화 '깡철이'는 가진 것 없어도 '깡' 하나와 긍정의 힘으로 거친 세상을 살아가던 부산 사나이 강철(유아인)이 자신의 삶을 뒤흔들 선택의 기로에 놓이며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아인 외 김해숙, 김정태, 김성오, 이시언, 정유미, 신정근 등이 출연했다. 오는 2일 개봉.
[배우 유아인.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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