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우승 DNA는 살아있었다.
그동안 삼성에 통용됐던 말. ‘여름 삼성, 서머 라이온즈.’ 올해는 통하지 않았다. 성적이 말해준다. 삼성은 전반기 43승28패2무(0.606)으로 선두를 구가했다. 그러나 후반기엔 2일 부산 롯데전 직전까지 32승22패(0.593)에 불과했다. 확실히 삼성답지 않았다. 삼성은 올해 가장 더웠던 8월 11승12패로 5할을 채우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9월엔 막판 8연승을 거두면서 12승9패를 기록했으나 중순까진 너무나도 지지부진했다.
올 시즌 삼성의 행보는 지난해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지난해 삼성은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다. 4월 7승10패로 5할을 채우지 못하더니 5월 초엔 7위까지 추락했다. 겨우 5월 마지막 날 시즌 첫 5할을 맞춘 삼성은 6월 보합세를 유지하다 7월과 8월에 치고 나가면서 9월 여유있는 레이스를 펼쳤다. 슬로스타터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좀 극단적이었지만, 삼성은 예전에도 시즌 초반엔 5할 유지가 쉽지 않다가 날이 더워지면 강했다. 2011년에도 시즌 초반엔 3~4위권에 머물다가 전반기 막판 2위로 치고 오르더니 후반기 들어 선두를 탈환한 뒤 우승까지 내달렸다.
삼성이 여름에 강한 원인을 과학적으로 풀어내긴 어렵다. 단지 류중일 감독은 “대구 더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지 않나”라고 했다. TV 해설위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선수층이 두꺼우니 더운 여름에도 잘 버티는 것 같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선수들 컨디션 관리를 확실하게 하는데다 두꺼운 선수층으로 물량공세를 펼칠 수 있으니 여름을 잘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올 시즌엔 오히려 시즌 초반에 잘 나가다 여름에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정확한 원인을 짚긴 어렵지만, 분명한 건 부상자들의 속출로 상승세가 완벽하게 끊겼다는 걸 들 수 있다. 삼성은 전반기 막판 키스톤콤비 김상수와 조동찬이 동시에 부상으로 1군에서 이탈했다. 강명구, 정병곤, 정현이 잘 메워줬다. 그러나 후반기 초반 몇 차례 실책과 함께 타격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류 감독은 2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8월 중순부터 9월 막판 8연승하기 전까지 승률이 많이 떨어졌다. LG에 2.5경기 차로 뒤질 땐 위기감이 감돌았다”라고 회상했다.
결국 부상자 공백이 길어지니 나타난 현상. 이후 8월 중순 수비를 하다 어깨를 다쳐 1군에서 빠진 채태인을 시작으로 부상 도미노가 일어났다. 부상 공백을 치유할 시간적 여유 없이 계속 부상자가 발생하니 분위기를 추스를 여유가 없었다. 여기에 마운드가 약해지면서 대량 실점하는 경기가 늘어났다. 좀처럼 상승흐름을 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삼성은 이겨냈다. LG와 넥센의 이중 맹추격을 따돌리고 국내야구 최초로 정규시즌 3연패에 성공했다. 여름 삼성이 희미해질 무렵인 9월 중순 이후 8연승을 내달린 게 컸다. 떨어졌던 타선의 집중력이 가을바람과 함께 돌아왔고, 마운드도 다시 안정됐다. 김태완, 정병곤, 우동균 등 백업요원들의 활약도 다시 한번 빛났다. 승부처에서 무너지지 않고 1경기씩 잡아나간 끝에 2일 결국 정규시즌 우승에 골인했다.
‘여름 삼성’은 없었지만, ‘우승 DNA’는 있는 팀이란 소릴 듣는 이유다. 굳이 코칭스태프가 잔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선수들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경기에 임하며 하나로 똘똘 뭉쳤다. 지난 2년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험은 시즌 막판 승부처에서 떨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또 다른 동력이었다.
삼성은 지난 2년에 비해 올해 훨씬 더 어렵게 정규시즌서 우승했다. 이 경험은 선수들에게 미래에 또 다른 자산이 될 것이다. 그게 쌓이고 쌓여 국내 최고의 야구명가로 거듭나는 삼성이다. 이게 바로 우승 DNA다. 삼성은 우승하는 방법을 안다. 객관적 전력이 작년보다 약해졌음에도 최강자 타이틀을 지켜낸 건 우승 DNA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부산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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