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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중압감이 너무 컸나.
시계바늘을 류현진의 데뷔전으로 돌려보자. 2013년 4월 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격돌. 6⅓이닝 10안타 3실점 1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10안타를 맞고도 단 1점만 내준 건 위기관리능력이 좋았다는 방증. 그러나 데뷔전 직후 국내 전문가들은 “현진이가 떠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 입을 모았다. 낯선 환경, 특히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 데뷔전. 안 떨리면 그게 더 이상하다.
류현진은 데뷔 첫 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은 대단한 기록이다.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에 이어 3선발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 결과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선발등판을 하게 됐다. 7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 정규시즌 최종전 직후 6일의 휴식을 가진 류현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데뷔전이 떠오른 건 왜일까. 류현진이 류현진답지 않았다. 1회부터 2실점을 기록했다. 에반 게티스와 크리스 존슨에게 연이어 적시타를 맞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LA다저스 타선이 애틀랜타 선발투수 훌리오 테헤란의 공을 잘 공략했다. 테헤란 역시 메이저리그 루키. 1회부터 포수와 사인이 맞지 않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계속 흔들렸다. 4-2로 앞선 3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저스틴 업튼, 프레디 프리맨, 에반 게티스에게 연이어 안타를 맞아 무사 만루 위기. 브라이언 맥칸을 1,2간 땅볼로 유도했다. 실점하는 상황이었으나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는 좋은 상황. LA 다저스 1루수 아드레안 곤잘레스가 몸을 날려 볼을 잡고 2루에 토스했다. 1루가 비었다. 자연스럽게 류현진이 커버를 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어쩐 일인지 더블플레이가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류현진은 공을 포구한 뒤 1루 베이스를 제대로 찍지 못했다. 발이 엇갈려 맥칸이 1루에 지나간 뒤 뒤늦게 1루 베이스를 찍었다.
2사 3루 상황이 1사 1,3루로 둔갑했다. 류현진은 존슨을 자신 앞에 떨어지는 느린 땅볼로 유도했다. 류현진은 공을 잡아 1루에 공을 송구했으나 프리맨은 홈에서 세이프가 됐다. 홈으로 뛰어드는 3루주자는 포스 아웃이 아니라 태그 아웃 상황이라 홈 횡사가 쉽지 않은 상황. 1루에 공을 던졌다면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었는데 순간적인 판단이 아쉬웠다.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류현진은 3회 타선이 2점을 뽑아주면서 패전을 면했다. 그러나 3회 대타로 교체됐다. 돈 매팅리 감독은 더 이상 류현진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건 쉽지 않다고 본 모양이다. 디비전시리즈 1승1패. 반드시 이날 경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 에이스든 3선발이든 기다려줄 상황은 아니었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포스트시즌 등판 기록은 3이닝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이었다.
투구내용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류현진은 이날 커브와 슬라이더를 거의 구사하지 않았다.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의 단조로운 볼배합으로 일관했다. 시즌 막판 커브와 슬라이더의 제구가 좋아졌다는 걸 감안하면 아쉬운 선택이었다. 더구나 애틀란타 타자들이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짧게 끊어치면서 투구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던 걸 감안하면 커브와 슬라이더를 더 늘렸을 때 결과가 궁금하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첫 포스트시즌 선발등판. 중압감이 너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정규시즌 때 잘 적응했던 것처럼 포스트시즌도 좀 더 경험해보면 나아질 수 있다. 물론 다음 등판기회가 언제 찾아올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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