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부산, '이것' 때문에 식었다 [BIFF 중간결산②]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부산을 뜨겁게 달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평소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작품과 감독, 배우들로 부산은 뜨겁게 달궈졌지만 이런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우선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일순간 '영화인의 축제'가 아닌 '논란의 장'으로 바꿔버린 일명 '강동원 GV(관객과의 대화) 불참사태'가 가장 큰 치명타였다. 개막일인 3일 불거져 5일까지, 가장 활기를 띠어야 할 개막 초기 부산은 강동원의 GV 참석을 둘러싼 진실공방으로 몸살을 앓았다.

영화 '더 엑스'의 GV에 주연배우 강동원이 개인적인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것이 3일. 이후 강동원 측이 "레드카펫과 기자회견에 참석할 것이 아니라면 영화제에 참석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태는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례적으로 다음날인 4일 기자회견을 자처, 강동원 측에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지 말라 전했다는 해당 프로그래머가 직접 나서 논란을 해명했다. 강동원 측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것. 이날 강동원은 팬들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이유로 GV에 참석해 "만나니 반갑다. 이곳에 잘 온 건지 잘 못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5일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온 '더 엑스'의 제작사이자 강동원 측과 부산국제영화제 사이의 중간 역할을 해왔던 CGV가 입을 열었다. CGV는 "오해로 인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초청의 모든 과정에서 진실로 일관하며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GV 행사에 참석해 주신 배우 강동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강동원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명확하지 않은, 뭉뚱그린 입장발표라는 점에서 찝찝함을 안겼다.

국내외의 '핫'스타가 방문하는 만큼 팬덤을 둘러싼 잡음도 일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스타들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야외 무대인사가 항시 진행된다. 유명 감독은 물론 '연기의 신' 반열에 오른 배우 그리고 거대한 팬덤을 이끌고 다니는 아이돌 스타 역시 무대에 선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아이돌 스타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일정을 함께 소화하디시피 했던 팬덤이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자신의 스타를 보고 그가 하는 말을 듣기 위해 자리싸움도 서슴지 않았고, 자신의 스타가 자리를 뜰 때면 주위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이 과정에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온 다른 영화인, 일반시민이 불편을 겪는 건 직접 보지 않더라도 뻔히 눈에 그려지는 일. 더 중요한 건 예의없는 이들의 행동 탓에 안전사고의 위험도 컸다는 점이다.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여현수 역시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정 박수 받아야 할 선배들은 제쳐놓고 아이돌들이 박수 받고 그나마 아이돌들 뒤에 나오면 야유에 휑한 자리에 뻘쭘한 상황. 굿 잡. 나도 뭐 딱히 잘한 건 없지만 멋진 선배가 되고 싶네. 씁쓸했던 이번 영화제 후기 끝"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을 보며 동감하는 영화인들도 적지 않을 것.

자신의 스타가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인 만큼, 팬들 역시 더욱 성숙해진 팬문화가 필요해 보인다.

[GV 참석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배우 강동원.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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