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13년 포스트시즌. 스토리텔링이 된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8일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으로 개막한다. 사상 첫 서울 3팀의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과 맞대결. 그리고 삼성의 사상 첫 통합 3연패 도전까지. 모든 매치업이 기대를 모은다. 그만큼 이번 가을야구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이야깃거리가 많아야 축제가 풍성해지는 법이다.
▲ 넥센 PS행, 한국야구 최초 PS 서브웨이 시리즈
넥센의 창단 첫 가을야구. 목동구장에서 드디어 포스트시즌이 열린다. 넥센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서 두산과 맞붙으면서 포스트시즌 ‘서브웨이 시리즈’가 성사됐다. 서울 팬들이 목동구장과 잠실구장을 지하철로 오가면서 준플레이오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목동구장은 5호선 오목교역, 잠실구장은 2호선 종합운동장역과 연계돼 있다. 넥센이 준플레이오프서 승리할 경우 플레이오프서 LG와 또 한번 서브웨이 시리즈를 갖게 된다. 그야말로 서울의 가을이다.
넥센으로선 이번 포스트시즌이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다. 히어로즈는 나머지 9개구단과는 달리 모기업 없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야구전문기업이다. 넥센이란 팀명도 네이밍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 2008년 태동 후 숱한 서러움과 고초를 겪었으나 결국 6시즌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내면서 대기업을 모태로 둔 구단들을 머쓱하게 했다. 또 하나. 염경엽 감독은 선수, 프런트, 지도자로 각각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최초의 야구인이 됐다. 그동안 선수-코치-감독으로 각각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야구인은 있었다. 프런트까지 섭렵한 염 감독으로선 감회가 남다르다.
▲ LG, PS서 누구와 만나도 스토리텔링이 된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LG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레이오프는 물론이고 한국시리즈서도 스토리텔링이 된다. LG는 플레이오프서 넥센 혹은 두산을 만난다. 넥센과 만날 경우 서브웨이 시리즈는 물론이고, 김기태 감독과 염경엽 감독의 감독열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감독과 염 감독은 광주 충장중, 광주일고 동기다. 염 감독은 “김 감독과 학교 담장 넘어 도망갔던 기억도 있다”라고 웃었다.
염 감독과 김 감독은 선수시절엔 판이한 길을 걸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였고, 염 감독은 백업 내야수로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김 감독과 염 감독 모두 코치 혹은 프런트로 혹독한 지도자 수업을 받은 뒤 감독자리에 올라 호평을 받고 있다. 두 감독이 맞붙는다면 감독 인생 초창기를 기억할 수 있는 중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물론 엘넥라시코 특유의 접전모드도 기대할 만하다.
LG와 두산의 만남은 덕아웃 시리즈다. LG와 두산이 플레이오프서 만난다면 2000년 플레이오프 이후 13년만이다. 13년 전 두산이 LG에 4승2패로 승리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니, LG로선 복수혈전이다. 1~5차전 모두 잠실에서만 치러지는 덕아웃 시리즈. 두 팀이 라커룸이 있는 1루쪽(두산), 3루쪽(LG)으로 덕아웃을 고정할 것인지, 옮겨 다닐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합의가 필요한 부분. 아무래도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서 경기 후 상대 덕아웃 뒤로 지나가는 풍경은 어색하다. 아울러 KBO도 함박웃음을 지을 전망이다. 잠실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중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5차전까지 갈 경우 최대의 수익이 보장된다.
LG는 삼성과 한국시리즈서 만나도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진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대역전극 희생양이었던 팀이 LG다. LG로선 11년만의 복수전이다. 또 하나. 김기태 감독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에서 뛰었다. 류중일 감독은 오리지널 삼성맨. 김 감독으로선 친정팀에 일격도 안기고 야구 선배에게 형 보다 나은 아우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 삼성, 11년만에 안방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확정 도전
삼성의 한국시리즈도 의미가 있다. 상대팀과의 스토리텔링도 의미가 있지만, 내부적으로 기대감이 커지는 부분이 있다. 홈 구장 대구에서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현행 한국시리즈 규정상 2만5000석 이하를 홈으로 쓰는 팀의 격돌은 5~7차전을 잠실에서 치른다. 삼성은 구장이 작은 관계로 대부분 한국시리즈 5~7차전을 잠실에서 치렀다. 올해도 넥센과 만날 경우 5~7차전을 잠실에서 치른다. 3~4차전을 목동에서 치르니 대구 홈에선 우승 확정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두산 혹은 LG와 한국시리즈서 만날 경우 1~2차전을 대구에서 치르고 3~5차전을 잠실에서 치른 뒤 6~7차전을 다시 대구에서 갖는다. 이 규정은 2002년에 생겼다. 2만5000석 이상의 홈을 쓰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나설 경우 1,2,6,7차전을 상위팀 홈에서 치른다. 그 전까진 단 1팀이라도 2만5000석 이하의 홈을 쓰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나선다면 5~7차전을 무조건 잠실에서 치렀다.
알고 보면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서 마해영의 굿바이 홈런이 나온 것도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팀 자격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상대팀은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였다. 삼성은 그 이후 단 한번도 안방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적이 없다. 2005년, 2006년, 2011년, 2012년 모두 잠실에서 헹가래를 쳤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대구 팬들과 기쁨을 나누지 못했다. 최근 두산과 LG가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연이어 좌절한 탓도 있었다.
어쨌든 올해는 2000년 이후 13년만에 두산과 LG가 동시에 포스트시즌에 나선다. 삼성으로선 잠실을 홈으로 쓰는 팀과 한국시리즈서 맞붙을 산술적 확률이 좀 더 높아진 셈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승부는 6~7차전이 열리는 대구에서 갈릴 수 있다. 삼성은 11년만에 홈에서 대구 팬들과 잊지 못할 추억과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한다. 물론 삼성으로선 2010년 이후 3년만에 홈에서 상대팀이 한국시리즈 헹가래를 치는 최악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위에서부터 삼성-LG-넥센-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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