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허전한 준플레이오프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 결과를 떠나서 내용이 너무나도 좋지 않아 팬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현재 두 팀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1승을 남겨둔 넥센도, 벼랑 끝에 몰린 두산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히 이번 준플레이오프서는 소위 말해 단기전을 지배하는 ‘미친 선수’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믿음직스러운 선수 또한 많지 않았다.
▲ 미친 선수가 없다
단기전. 기본적으로 상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나온다. 투타 주요 선수들은 의외로 부진한 경우가 많다. 이때 승부를 결정짓는 건 의외의 선수들이다. 정규시즌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선수는 상대 팀의 분석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그런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제 몫을 해줄 경우 순식간에 승부의 추가 기울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미친 선수’의 탄생이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의 미친 선수. 2005년 한국시리즈 당시 김재걸(삼성코치)이 첫 손에 꼽힌다. 김재걸은 당시 1차전서 갑작스럽게 부상을 입은 박종호를 대신해 급하게 타석에 들어섰다. 원래 대수비, 대주자가 전공이라 삼성도 타격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재걸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려 결승타점을 올렸다. 2차전서는 끝내기 득점도 올렸다. 그는 주전이 아니라 백업이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엔 미친 선수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물론 2차전 연장 10회에 끝내기 안타를 날린 넥센 김지수를 미친 선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작 1타석의 결과라 예전 미친 선수들 보단 인상이 깊지 않은 편이다. 현 시점에서 미친 선수는 당연히 넥센보단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이 더 절실하다. 홈 잠실구장서 펄펄 날만한 의외의 선수들을 지켜봐야 한다.
▲ 믿을 선수가 없다
준플레이오프 1~2차전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보다 아쉬운 모습을 남긴 선수가 더 많았다. 1~2차전서 자신의 몫을 100% 다한 선수는 양팀 선발투수로 나왔던 브랜든 나이트(넥센), 벤 헤켄(넥센), 더스틴 니퍼트(두산), 유희관(두산)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양팀의 중심타자들과 불펜 투수들은 대부분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특히 1~2차전서 연이어 꾸준한 활약을 선보인 선수가 드물었다.
넥센과 두산 모두 중심타자들이 비교적 잠잠하다. 넥센은 1~2차전서 4번타자 박병호가 적지 않은 수훈을 세웠으나 5번 강정호가 8타수 1안타, 6번 김민성이 6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수 많은 박병호 효과가 파생됐으나 정작 후속 타자들이 옳게 해결을 해주지 못했다. 두산 투수들은 확실히 박병호를 버거워하는데 강정호와 김민성이 침묵하면서 넥센 공격력 자체가 뚝 떨어졌다. 염경엽 감독은 “다들 곧 잘해줄 것이다”라고 변함없는 믿음을 보낸 상태다.
두산도 중심타선 침묵현상이 심각하다. 김진욱 감독이 뚝심있게 밀어붙인 4번타자 김현수는 8타수 무안타, 3번 민병헌과 5번 홍성흔은 6타수 1안타에 그쳤다. 1~2차전 클린업트리오 성적이 14타수 2안타였다. 급기야 김진욱 감독은 “3차전서는 상황에 따라 타순 변경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라고 했다. 1~2차전서 보여준 공격부진 현상만 보면 3차전 두산 라인업은 대폭 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밖에 넥센은 믿었던 마무리 손승락이 1~2차전서 연이어 깔끔한 투구를 하지 못했다. 1차전서는 블론세이브와 함께 구원승을 챙겼다. 2차전서는 결정적인 송구 실책으로 패배의 단초를 제공했으나 팀 역전승과 함께 가까스로 살아났다. 두산은 불펜이 전체적으로 흔들린다. 홍상삼, 정재훈, 윤명준 등으로 불펜 필승조를 돌리고 있지만,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 급기야 2차전서 김선우를 구원 투입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확실히 허전하다. 미친 선수는 없고, 믿을만한 선수도 거의 없었다. 중요한 건 두가지 유형 모두 없는 팀은 앞으로도 어려운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1~2차전서 승부가 결정된 건 실책성 플레이가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과 김진욱 감독 모두 3차전서는 믿음직스럽고 미친 선수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넥센-두산 준플레이오프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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